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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에서 불이 났는데 왜 배터리 충전율부터 조정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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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에서 불이 났는데 왜 배터리 충전율부터 조정할까

입력
2020.11.15 16:12
수정
2020.11.15 19:4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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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현대차·포드·BMW 이어 GM 볼트도 리콜 결정
화재 원인 규명 안 돼... 충전율 낮춰 소비자부터 보호

지난 달 대구 달성군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코나 전기차가 화재로 전소된 모습. 대구소방본부 제공

지난 달 대구 달성군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코나 전기차가 화재로 전소된 모습. 대구소방본부 제공

세계 완성차 기업의 잇따른 전기차 리콜 결정에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주도해 온 국내 관련 업계도 술렁이고 있다. 아직까지 리콜된 전기차의 화재 원인이 확실하게 밝혀진 건 아니지만 배터리 결함일 가능성에 난감한 모습이 역력하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는 2017∼19년 생산된 쉐보레 볼트 전기차 6만8,000여 대에 대해 리콜을 결정했다. 국내에서도 리콜 대상 차량이 9,500대에 이른다.

지난달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볼트 전기차 뒷좌석 하단부에서 주차 중에 화재가 발생한 사건을 조사한 결과, 모두 뒷좌석 밑부분에서 파생된 발화가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NHTSA는 화재 발생 지점에 대해 '배터리 부위'라고 설명했다. GM 측에선 배터리가 완전히 충전되거나 충전량이 100%에 가까울 때 화재 발생 위험이 있다고 보고 일단 배터리 충전량을 90%로 제한하는 리콜 조치를 내렸다. GM 볼트 전기차엔 LG화학 배터리가 사용됐다.

앞서 현대자동차도 LG화학 배터리가 장착된 코나 전기차 7만7,000대에 대해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을 업데이트하는 자발적 리콜을 결정했다. 이 밖에 삼성 SDI 배터리가 탑재된 독일 BMW와 미국 포드의 일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 일본 파나소닉 배터리가 들어간 미국의 테슬라도 최근 리콜에 들어갔다. 중국 CATL 배터리가 탑재된 중국 광저우기차의 '아이온S' 역시 화재가 발생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화재 사고의 진원지로 지목된 배터리 업계에선 억울하단 입장이다. 전기차에는 배터리 셀 뿐 아니라 BMS와 냉각시스템 등 다양하고 복잡한 장치가 사용된다는 점에서다. 이 중에서도 BMS는 전기차에 들어간 수많은 배터리 셀의 온도, 충전상태 등을 감시, 관리하는 일종의 '뇌' 역할을 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발화점이 배터리 셀로 추정된다고 해도 셀에서 불이 나기까지 영향을 미친 요소들을 파악해야 한다"며 "냉각수 문제일 수도 있고 BMS 설정을 잘못해 충전율을 너무 과하게 잡았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차와 GM이 리콜 조치로 배터리 셀을 교체하지 않고 BMS 업데이트, 충전율 조정에 나선 것도 화재 원인을 배터리 문제로 단언할 수 없다는 방증"이라며 "배터리 충전율을 낮추면 화재 가능성이 줄어드니 일단 소비자 보호를 위해 사전 조치부터 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불거지는 안전성 문제를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 겪어야 할 일종의 '성장통'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회사와 배터리 업체가 화재 원인을 투명하고 정확하게 규명하는 게 우선"이라면서도 "최근 논란을 계기로 전기차 안전성에 대한 기술이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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