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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신드롬'에 '걱정' 보다 '표정관리' 나선 與...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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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신드롬'에 '걱정' 보다 '표정관리' 나선 與... 왜?

입력
2020.11.16 04:30
수정
2020.11.16 07:3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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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대전검찰청에서 지역 검사들과 간담회를 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대전검찰청에서 지역 검사들과 간담회를 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이후 여권과 대립하기 시작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선주자로 몸집을 키워 가는 모습을 여권은 경계해 왔다. 하지만 윤 총장이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야권의 대선주자로 급상승하자 오히려 여권 내부에서는 "한번 지켜보자"는 여론이 감지된다. 윤 총장에 대한 주목도가 커질수록, 다른 야권 대선주자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생기지 않아, 여권에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선 레이스 역동성 주목하는 與, 야권이 오히려 '윤석열 블랙홀'에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파른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는 윤 총장은 현직 검찰총장이지만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 반열에 올라서 있다. 한길리서치가 지난 11일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는 27.7%를 얻어 이낙연 민주당 대표(22.2%), 이재명 경기지사(18.4%)와 3강 구도를 형성했다. 13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는 이 대표(19%), 이 지사(19%)에 이어 윤 총장(11%)이 이름을 올렸지만, 야권 대선주자와 비교하면 가장 선두다.

'윤석열 신드롬'으로 불릴 정도지만 민주당은 '우려' 보다 표정 관리를 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소속도 아닌 윤 총장이 자연스럽게 야권의 대선주자로 분류돼 다른 야당 대선주자들의 움직임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총장의 뒤를 잇는 야권 대선주자 지지율을 보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3%), 홍준표 무소속 의원(1%) 모두 미미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는 1% 지지율도 얻지 못했을 정도로 존재감 자체가 없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5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대선 전략의 기본은 다양한 주자들이 경선에 참여해 유권자에게 ‘역동적 정당’ ‘인재가 풍부한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주는 것”이라며 “야권에서는 윤 총장이 등장해 다른 주자들을 잡아먹고 있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실제 민주당은 대선주자 인재풀을 최대한 넓히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의 ‘투톱’ 구도가 굳어진 듯 하지만, 김경수 경남지사 항소심 판결 이후 오히려 정세균 국무총리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광재 민주당 의원 등 제3주자의 등장 필요성이 무성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야권의 의지와 상관없이 윤 총장이 독주하는 상황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윤석열(왼쪽) 검찰총장이 지난달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마친 뒤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왼쪽) 검찰총장이 지난달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마친 뒤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드롬' 대선주자 성공사례 없었던 한국 정치

설령 윤 총장이 야권 후보로 대선에 뛰어든다 하더라도 전례에 비춰 '상대하기 편한 후보'가 될 것이라는 판단도 여권 내부에 깔려 있다. 1987년 민주화체제 등장 이후 소위 '신드롬' 현상을 불러온 대선 주자들이 성공한 사례는 없다. 고건 이회창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이 대표적이다. 신드롬을 불러온 인사들은 대선 직전 주목을 받으면서 '대망론'을 실현시키는 듯 했지만, 결국 중도사퇴 하는 등 대권 도전에 실패했다.

전문가들 역시 ‘윤석열 대망론’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윤 총장이 교육ㆍ외교ㆍ국방ㆍ북핵 등 현안을 다룰 역량이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을 유보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역시 “문재인 정권과의 갈등 속에서 반사적으로 윤 총장 지지율이 올랐을 뿐"이라며 "대선주자로 볼 만큼 의미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거리를 뒀다.

김종인(가운데) 비대위원장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김종인(가운데) 비대위원장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윤 총장은 야당이 아닌 정부여당 사람"이라는 김종인 위원장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런 우려를 의식하는 분위기다. 최근 윤 총장을 "야당이 아닌 정부·여당 사람"이라고 했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도 “우리 당내에서 대통령에 출마하려고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어느 정도 의사를 표명한 사람은 세 사람밖에 없다”며 “유승민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지사”라고 이레적으로 특정 인사들의 실명을 언급했다. 실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1년 4개월 앞으로 다가 온 차기 대선에서 내년 7월까지 임기인 윤 총장이 가져올 변수를 국민의힘이 지켜보기에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대선 후보의 권력의지를 확인하는 일부터 정치적 검증대에 서는 일까지 고려하면 차기 대선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며 "이미 국민의힘은 반기문과 황교안 사례에 대한 트라우마가 가시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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