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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보다 핏자국이 더 섬뜩한 법

입력
2020.11.17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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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HH 홈스의 '살인 공장'

당시 언론에 보도된 HH 홈스의 시카고 '살인공장' 내부 구조. 위키피디아.

당시 언론에 보도된 HH 홈스의 시카고 '살인공장' 내부 구조. 위키피디아.


헨리 하워드 홈스(Henry Howard Holmes, 1861~1896)는 단 한 건의 살인 혐의로 교수형을 당했지만, 세상은 그를 미국 최초 연쇄살인범으로 기억한다. 형 확정 뒤 스스로 27건의 살인 범죄를 떠벌렸고, 그중 일부는 허위로 밝혀졌지만 그가 최소 50건, 많게는 200건 이상 살인을 저질렀으리라 믿는 이들도 있다. 그가 남긴 '살인 공장'의 악마적 창의 때문이었다.

그가 '성(The Castle)'이라 부른, 시카고 '월드페어 호텔'은 세계박람회 개막 1년 전인 1892년 완공됐다. 1887년 착공했지만 공사비 체불 등으로 지연을 거듭했고, 설계도 시공자도 수시로 바뀌어 누구도 건물의 비밀을 몰럈다. 지하 1층 지상 3층의 건물 2~3층은 객실, 1층은 상가, 지하는 홈스의 공간이었다.

1894년 경찰의 한 실종자 수사 도중 건물의 실체가 드러났다. 완벽한 방음시설에 공간 변형 이동 벽체, 살인 가스 주입용 가스관 밀폐 공간, 실내 감시용 구멍, 물체(시체)의 지하실 이송용 경사 배출구…. 지하실은 해부실이었다. 잔해 수습용 생석회와 소각화로까지 있었다. 공포는 범죄 자체보다 흐릿한 예감으로, 시체보다 그 흔적으로 증폭된다. 거긴 지옥이었다.

알려진 바 홈스(본명 Herman W Mudgett)는, 광적인 기독교 신자 아버지의 상습 체벌과 급우들의 따돌림을 받으며 성장했고, 1884년 미시간대 의대를 졸업한 뒤 해부실에서 일했다. 가명으로 보험에 든 뒤 실습 시체로 보험금을 타내는 사기를 일삼았고, 몇 차례 들통날 위기에 몰려 뉴욕으로, 필라델피아로 도망치듯 거처를 옮기곤 했다. 1886년 시카고 시절부터 그는 홈스란 가명을 썼고, 1891년 본격적인 살인을 시작했다. 시신과 뼈를 의대 실습용으로 팔고 보험 사기도 병행하던 끝에 발각될 위기에 몰려 일꾼처럼 부리던 공범을 살해하고 도피, 1894년 11월 17일 체포됐다. 범행 전모는 밝혀지지 않았고, 더 끔찍한 악몽이 시작됐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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