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1.3억' 하쿠나라이브, 미성년자 성착취 통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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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초등생 1.3억' 하쿠나라이브, 미성년자 성착취 통로였다

입력
2020.11.17 04:30
수정
2020.11.1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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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개인방송 애플리케이션(앱) '하쿠나라이브'의 메인 이미지. 하쿠나라이브 제공

초등학생에게 1억3,000만원을 결제 받아 빈축을 샀던(한국일보 11월 2일 자) 온라인 개인방송 애플리케이션(앱) ‘하쿠나라이브’에서 최근까지 성인에 의한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가 공공연하게 일어났던 것으로 파악됐다. 업체는 지난해 초부터 이런 정황을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 방조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앱 내에서 벌어진 것으로 보이는 성범죄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제작ㆍ소지ㆍ유포 △협박 △강간미수 등이다. 다수의 이용자들은 “올해 여름까지 약 2년간 어림잡아 15명가량의 성인 남성 BJ가 앱을 이용해 14~19세 미성년자에게 접근, 신체부위 사진을 방송케 하고 사진을 찍어 유포하거나,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보인다”며 “앱 경영진은 물론, 앱을 이용했던 사람이라면 이런 일을 절대 모를 수 없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인기 BJ 지위 이용해 접근… 성폭행 시도하곤 '화해하자'"

휴대폰 범죄 이미지. 게티 이미지 뱅크

성범죄는 성인 남성 BJ들이 앱에서의 지위를 이용해 미성년자들을 길들이는 ‘온라인 그루밍’을 통해 자행됐다. 올해 4~5월, 26세로 알려진 남성 BJ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 했다는 A(15)양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A양은 본보에 "남성 BJ B씨가사무실에 데려가 저항을 했는데도 '옷을 찢어버리겠다'며 강제추행하고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A양이 처음 하쿠나라이브를 알게 된 건 올해 초. 인터넷 광고를 통해 앱을 접한 A양은 “로고가 친근하고 14세 이상이면 이용할 수 있어 별다른 생각 없이 접속했다”며 "앱 내에서 성범죄가 일어나고 있는지는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A양이 앱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B씨는 A양에게 지속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이용자들에 따르면, 당시 B씨는 앱 내에서 상당한 팬을 보유하고 있는 '인기BJ'였다. 인기BJ의 경우 개인 방송을 켜면 많게는 백여명의 시청자들이 몰리고, 한달에 수백만원을 후원금 수익으로 벌기도 한다. 이용자들은 "인기 BJ는 앱 내에서 아이돌 가수 못지 않은 선망을 얻는다"고 말했다.


앱 사용자들이 다중화면 기능을 이용해 서로 실시간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다. 하쿠나라이브 캡처


B씨는 이 영향력을 이용해 A양에게 손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자신의 방송 방에서 A양을 수차례 언급하며 "예쁘다"고 칭찬했고, 앱의 다중화면 기능을 이용해 본인이 진행하는 방송에 A양을 '게스트'로 초대해 띄워줬다. 평소 자신을 따르는 이용자들이 A양을 알 수 있도록 방송 중 지속적으로 언급해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조금씩 A양을 비밀방에 불러 대화를 시도했고, 휴대폰 번호와 거주지를 알아내는 등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갔다.

어느 정도 '친분'이 쌓인 뒤로는 집요하게 '오프라인 만남'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다른 BJ들도 종종 오프라인에서 만나니 우리도 만나도 괜찮다”며 설득했고, 아예 A양 집 근처로 찾아와 “집 근처에 왔는데 나오라”고 추궁했다. A양은 “집 앞에 온 B씨를 외면하기 어려워 나가게 됐다”며 “B씨가 친근한 오빠처럼 잘 대해줬다”고 말했다. 그렇게 ‘친근한’ 만남이 서너번 이어진 뒤 ‘사무실 사건’이 일어났다.

“어느날 본인 사무실을 보여준다며 저 혼자 데려갔어요. 그쪽 침대에 앉아 있으라 해서 앉아만 있었는데 갑자기 와서 덮쳤어요. 제가 성인 남성을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요. 저항을 많이 했는데 ‘찢어버린다’ 며 옷을 벗기려 해서 발 뒤꿈치로 B씨를 찼더니 ‘억’하고 잠시 멈췄어요. 그때 도망을 치려고 했는데, 아는 길도 아니고 집에서도 멀고 시간도 늦어서 저 혼자 집에 갈 수가 없잖아요… 집에 가야 하니까 거기서 화해하고 차로 데려다 달라고 했어요. B씨도 미안하다며 사과했고… 좋게 풀었어요.”

다른 남성 BJ들까지 회유에 나서 "B씨와 풀었다"는 A양은 더 이상 하쿠나라이브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하쿠나라이브 내에는 여전히 A양의 이야기가 암암리에 화젯거리로 오르내린다. B씨를 아는 한 이용자는 “B씨가 실수를 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A양은 "화해를 했다"며 B씨를 형사고소하지 않았다. B씨의 추가범행은 확인되지 않았다.


폭언ㆍ협박ㆍ강요… 접근 방법도 가지가지

A양의 사례는 하쿠나라이브 내에서 성범죄가 발생하는 방식의 일부분일 뿐이다. 이용자들에 따르면, 성인 남성 BJ들은 △친근한 이미지로 접근 △오프라인 만남 △방송에서 신체부위를 노출하는 ‘벗방’ △성관계의 네 과정을 거쳐 미성년자 시청자들을 꾀어낸다고 한다.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땐 욕설과 함께 신상 유포 협박 등이 동반된다.

지난해 하쿠나라이브에서 활동했다던 C씨는 “당시 앱에서 만나 친해진 성인 남성 BJ가 ‘그간 네 인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줬으니 벗방을 해야한다. 하지 않으면 죽여주겠다' 등 협박을 했다”며 “당시 무섭기도 하고 개인적 친분도 있어 시키는 대로 했는데 그 후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름ㆍ나이ㆍ휴대폰 번호와 함께 네 행실을 알리겠다’며 협박해 성관계까지 맺게 됐다”고 말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친밀감을 형성하고 나중에 촬영물을 보내보라는 식으로 얘기하며 친밀감과 협박, 회유가 섞여 들어가는 전형적인 온라인 그루밍"이라며 "가해 BJ가 플랫폼 내에서 인기가 많은 점을 이용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착취에 이른 것"이라고 말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만 19세 이하 아동·청소년을 이용한 성착취물 제작을 동의 여부와 관계 없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6세 '벗방'에 성인들 바글바글…'콜팅방'선 성인대 미성년 소개팅

지난 2일 하쿠나라이브에 1억3,000만원을 송금한 딸의 아버지 김모(47)씨가 공개한 하쿠나라이브 내 성착취 정황이 담긴 카카오톡 대화 내역. 김씨 제공

특히 이른바 '벗방'에선 버젓이 청소년을 이용한 음란물이 공유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쿠나라이브는 비밀번호가 걸려있는 ‘프라이빗방’을 운영해 최대 8명까지 방송을 할 수 있는데, 이 비밀방에서 미성년자가 신체부위를 노출하고 성인 남성들이 이를 시청하는 행태가 공공연하게 벌어졌다는 것이다.

하쿠나라이브를 1년 이상 이용했다는 D(19)씨는 “16세로 알려진 미성년자 BJ가 벗방을 하면 이 BJ와 친한 성인 남성 시청자들이 몰려 다른 시청자들에게 ‘이 BJ에게 후원금을 쏘면 BJ가 벗을 것’이라며 바람을 잡곤 했다”고 말했다. 앱에서 인기BJ로 통하는 E(성인ㆍ남성)씨는 “6월쯤 6명이 모인 프라이빗방에서 16세 여성 미성년자와 함께 벗방을 한 적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 F씨는 "미성년자 여러명과 벗방을 하고 그 사진을 저장해둔 BJ의 휴대폰 사진첩이 폭로되어 '황금폰' 논란이 일었다"며 "남성 4명이 단톡방에서 '벗방'이나 성관계 영상을 돌려보다가 이용자들에게 적발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벗방의 유형과, 미성년자들이 벗방에 유입되는 경로는 천차만별이다. 성인 1명이 미성년자 1명과 비밀방을 여는 경우도 있고, 성인 다수가 미성년자 1명을 두고 벗방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BJ들은 방송 도중 사진을 캡처해 자랑하듯 서로 공유하기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일부 BJ들이 미성년자 사용자들에게 "후원금을 주겠다"며 "3일간 노예를 하라"는 식으로 접근했던 정황이 포착된 바도 있다.

앱 이용자들이 '콜팅방'만 따로 모아볼 수 있도록 앱에서 '소개팅(노란색)' 항목을 옵션으로 제공하고 있다. 하쿠나라이브 캡처

‘프라이빗방’과 마찬가지로 앱에서 정식으로 서비스하는 기능인 ‘콜팅방’도 미성년자들이 온라인 그루밍에 노출되는 창구 역할을 했다. ‘콜팅방’이란 BJ가 방을 열고 남녀 1명씩을 게스트로 초대해 ‘소개팅’을 주선하고, 이를 시청자들과 함께 관람하는 하쿠나라이브 내 놀이문화다. 앱에서 ‘소개팅’ 섹션을 따로 만들어 운영하는 공식 서비스인데, 별다른 감시가 없어 미성년자와 성인이 자유롭게 커플이 되기도 한다.

1년 이상 콜팅방을 운영했다는 G(성인ㆍ남성)씨는 “미성년자와 성인을 구분해야 한다는 의식 자체가 없었다”며 “이 방에서 성인과 커플이 된 미성년자들이 후에 ‘성인 시청자가 프라이빗방으로 자신을 불러 이상한 것을 요구한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콜팅방은 현재까지도 버젓이 운영되고 있으며, 미성년자와 성인이 커플이 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반복되고 있다.

하쿠나라이브의 한 '콜팅방'에 교복 차림의 미성년자 여성 게스트가 등장하자 성인 남성 시청자 등이 소개팅 상대로 선점해달라는 의미의 "콜대기(ㅋㄷㄱ)"를 연발하고 있다. 하쿠나라이브 캡처


“프빗방ㆍ콜팅방 없애라 항의 무시… ‘성범죄 통로’ 자처”

구글 스토어의 '하쿠나라이브' 리뷰에 작성된 이용자들의 항의 모음. 지난해 4월부터 음란물 관련 항의가 올라왔고, 올해 7월에는 한 이용자의 부모가 이런 항의를 남겼다. "딸아이가 이런 걸 하고 있다는 걸 몰랐던 제 잘못이 크지만, 게스트가 미션이라며 가슴을 보여달라고 하고 안 된다 하니 본인 성기 영상을 보여줬다고 한다. N번방이 생각나 너무 소름이 끼치고 손이 떨리도록 무섭다." 하쿠나라이브는 이 모든 항의에 "귀하의 신고는 하쿠나를 더욱 즐겁고 재미있는 커뮤니티로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답변했다. 구글 앱스토어 캡처

하쿠나라이브는 이런 기능의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1년 이상 별다른 조처를 내놓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용자들이 서비스 초반부터 문제제기를 했음지만 "신고 버튼을 활용하라" "24시간 노력하고있다"고 안내할 뿐 명확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은 하쿠나라이브가 △성인과 미성년자를 분리하는 제도나 △청소년 보호 정책 등 기본적인 안전장치도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쌍방향 소통 기능을 열어 ‘미성년자 성범죄 통로’가 되길 자처했다고 지적한다. 또 ‘프라이빗방’ ‘콜팅방’ 등이 이런 통로로 쓰인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방치로 일관했다고 비판한다.

실제 하쿠나라이브는 앱 내에서 벌어지는 성범죄 정황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음에도 경찰에 단 한 건의 수사의뢰도 하지 않았다. 1년 이상 앱을 이용했다는 H(25)씨는 “이런 행태에 문제의식을 가졌던 BJ들이 앱 개선을 요구했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음란 행위로 적발돼도 결제를 많이 한 이용자면 처벌 수위를 낮춰준다는 의혹까지 제기된다”고 말했다.

하쿠나라이브는 모회사 ‘하이퍼커넥트’가 2018년 9월 처음 출시한 앱으로 출시 1년 만에 누적이용자 수 1,000만명을 넘겼다. 지난해엔 전체 앱 수익 2위에 올라 ‘올해를 빛낸 엔터테인먼트 앱’ 우수상을 수상하기까지 했다. 모회사인 ‘하이퍼커넥트’는 ‘아자르’라는 영상 기반 SNS 앱을 운영하는데, 소프트뱅크벤처스의 투자를 받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그러나 이곳 역시 성범죄 문제가 여러 차례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올해 상반기 매출만 1,235억원에 달한다.

하쿠나라이브의 모회사 '하이퍼커넥트'와 하쿠나라이브의 안상일 대표(사진 왼쪽). 이 회사는 벤처 투자기업 소프트뱅크벤처스의 투자를 받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오른쪽은 하이퍼커넥트 본사가 위치한 서울 강남구의 빌딩. 소프트뱅크벤처스 제공·이정원 기자


하쿠나라이브는 앱이 성범죄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24시간 모니터링 인력·실시간 AI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손쉬운 유저신고 시스템 등을 바탕으로 방제목을 포함해 키워드·이미지·유저닉네임 등을 필터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피해자가 자신의 국가의 사법제도에 맞게 구제를 위한 신고 등의 조치를 하는 경우, 관계 당국의 수사 협조 요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며 "가이드라인 위반 사항을 발견할시 즉시 이용제한하고 관계된 이용자에게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취재에 하쿠나라이브는 "프라이빗방 기능은 지난 11일 전면 삭제됐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유저 처벌 내역과 사유, 처벌 가이드라인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사업자의 묵인 하에 대대적인 성범죄가 일어난 정황이 제기된 만큼 추가 수사를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형사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성인 남성 BJ들이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성착취물을 제작ㆍ배포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을 직간접적으로 우대하는 정책이 있었다면 적극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5일 국회 전체회의에서 하쿠나라이브 내 성착취 정황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범죄 행위로 판단되면 수사의뢰 또는 고발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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