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으로 붉게 타올랐던 전국의 산들이 이제는 겨울맞이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주말 찾아간 강원 인제군 자작나무 숲은 갑자기 추워진 날씨 속에 대지에서 옅은 안개가 피어올랐다. 힘겹게 가파른 산길을 따라 올라가니 신비로운 순백색의 자작나무 군락이 눈앞에 펼쳐졌다. 게다가 숲이 내뿜는 싱그러운 향기에 취해들자, 주변은 마치 동화 속 세상처럼 요정들이라도 나타날 것만 같았다. 과연 ‘숲의 여왕’이라고 부를 만하다.
이런 감탄을 연발할 때쯤 검은 흉터 가득한 자작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새하얀 자작나무에 왜 이리 흉한 상처가 났을까? 궁금한 마음에 알아보니 대부분 가지치기로 인해 생긴 상처이고, 그 부분이 썩어서 검게 변한 것이라고 한다.
자작나무는 혼자서는 곧게 자라기 힘들다. 서로 빽빽하게 부대끼면서 살다가 바람이 불어오면 나무들끼리 몸을 부딪치면서 쓸모없는 가지들을 정리해야 올곧게 자랄 수 있다. 이렇게 혼자보다는 ‘더불어 살기’를 좋아하는 자작나무들의 습성에서 어려운 시기지만 이웃들과 더불어 살아간다면 삶이 좀 더 행복해질 것이란 교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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