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성범죄 적극 방어해도 처벌 안 된다는 인식 확산돼야"
알림

"성범죄 적극 방어해도 처벌 안 된다는 인식 확산돼야"

입력
2020.11.14 04:30
20면
0 0

'죄 안됨' 혀 절단 여성 대리 우희창 변호사??
"재판 안 받고 경찰단계서 결론 큰 의미"
"재심 최말자 할머니도 무죄 받기를 기대"

부산 혀 절단 사건에서 피해여성 변호를 맡아 '죄 안됨' 결론을 이끈 우희창 법무법인 법과사람들 대표 변호사가 13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소재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인천=고영권 기자

부산 혀 절단 사건에서 피해여성 변호를 맡아 '죄 안됨' 결론을 이끈 우희창 법무법인 법과사람들 대표 변호사가 13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소재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인천=고영권 기자


"최말자 할머니는 혀 절단 행위에 대해 정당방위 인정을 받지 못하고 유죄를 선고 받았잖아요. 부당하다고 생각했죠. 마침 부산에서 발생한 비슷한 사건을 의뢰 받고서 판례를 바꿔보고 싶었어요.”

지난 7월 자신에게 키스하려던 30대 남성의 혀를 깨물어 절단한 여대생의 변호를 맡은 우희창(39) 법무법인 법과사람들 대표변호사는 13일 인천 미추홀구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 여성이 남성에게 중상해(혀 절단)를 입힌 혐의로 고소 당한 사건과 관련해 여성의 변호를 맡아서 지난 2일 경찰 단계에서 ‘불기소 의견(죄가 안 됨)’을 이끌어냈다. 남성은 지난 7월 19일 오전 부산 서면 번화가에서 만취한 여대생을 차에 태워 인적이 드문 황령산 산길로 데려간 뒤 차 안에서 강제로 키스하다가 혀가 잘렸다.

우 변호사는 수사기관에서 죄가 안 된다는 결론이 내려진 점에 큰 의미를 뒀다. “과거 혀 절단 행위가 정당방위로 인정돼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엔 법원으로 넘어가기 전에 사실상 결론이 난거잖아요.”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경찰은 여성의 혀 절단 행위가 법적 처벌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정당방위가 아닌 과잉방위로 봤다. 위법 행위로 판단할 여지가 있지만, 형법 제21조 제3항(방어행위가 정도를 초과한 경우라도 그 행위가 야간에 발생했거나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 경악, 흥분, 당황으로 발생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을 적용해 죄를 묻지 않은 것이다.

“과잉방위로 본 것은 ‘굳이 남성의 혀를 절단해야 했을까’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 같은데, 차량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몸싸움이 났다면 더 위험한 상황에 직면했을 수도 있어요. 인적이 드문 곳이라서 소리를 질렀더라도 도움 받기도 힘들었을 거고요. 당시 상황에선 혀 절단 행위는 추가 폭력을 막기 위한 최적의 수단이었어요.”

이 사건은 성범죄 방어행위의 범위를 폭넓게 해석했다는 점에서 여성계과 법조계의 주목을 받았다. 우 변호사는 “모든 강제추행과 강간사건은 형법 제21조 제3항이 말하는 공포, 경악, 흥분, 당황스러운 상황에 해당할 것”이라며 “여성의 적절한 방어행위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우 변호사는 "한국일보에서 최초 보도가 나간 뒤 다른 언론에서도 관심을 가졌고, 그 결과 경찰단계에서부터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진 것 같다”며 언론에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피해 여성을 검찰로 송치하기 전에 각계 전문가들이 모인 정당방위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여성의 혀 절단 행위를 처벌하지 않기로 결론내렸다.

우 변호사는 이번 사건이 최말자 할머니 재심 사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했다. 최씨는 56년 전 자신을 성폭행 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었다가 중상해죄로 처벌 받았다. 우 변호사는 “신체에 대한 부당한 침해에는 적극 방어해도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우리 모두가 스스로를 좀 더 잘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지선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