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창단 후 첫 ‘가을 야구’에서 밝은 미래를 그렸다.
신인왕 0순위인 투수 소형준(19)이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차세대 에이스로 검증을 마친 데 이어 그 동안 얼어붙었던 간판 타자 강백호(21)도 가을 경험치를 쌓고 중압감을 이겨냈다.
2018년 역대 고졸 루키 최다 홈런 신기록(29개)을 쓰고 신인왕을 차지한 강백호는 정규시즌과 차원이 다른 긴장감에 플레이오프 초반 어깨를 펴지 못했다. 두산과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8타수 1안타에 그쳤고, 안타 1개는 단타였다. 그는 “확실히 정규시즌을 치를 때보다 긴장감이 2배, 3배 정도는 크다”면서 “평소처럼 공격적으로 타격한다고 마음 먹었는데 결과적으로 조급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프로 3년차에 처음 경험하는 가을 야구를 허무하게 끝낼 수 없었다. 강백호는 “동경해왔던 선배들과 이렇게 큰 경기를 치르는 게 영광이고 재미도 있다”면서 반등을 약속했고, 실제 12일 3차전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1차전 2번, 2차전 4번에 배치됐던 강백호는 3차전에 5번 타자로 출격해 4타수 3안타 맹타를 휘둘렀다. 5회초에 2루타를 쳐 포스트시즌 첫 장타를 신고했고, 볼넷도 1개 얻어 4출루 경기를 했다. 올해뿐만 아니라 향후 5년간 KT의 중심 타선을 책임질 강백호가 ‘가을 DNA’를 심는 순간이었다.
늦게 핀 꽃 조용호(31) 또한 KT의 확실한 공격 첨병으로 자리 잡았다. 2018년 11월 무상 트레이드로 SK를 떠나 KT에 둥지를 튼 조용호는 2019년 87경기에서 타율 0.293(188타수 55안타)로 경험을 쌓았고, 올해 132경기에서 타율 0.296(409타수 121안타)로 기량을 만개했다.
그러나 조용호에게도 포스트시즌은 낯설었다. SK 시절인 2017년 조용호는 NC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9회초 대타로 나가 포수 뜬 공으로 잡히면서 가을 야구의 맛을 느끼지도 못하고 마쳤다. 그리고 3년 만에 다시 밟은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고, 9회초에 뼈 아픈 보내기 번트 실패로 고개를 숙였다.
1차전 7번 타자로 나갔던 조용호는 2차전부터 리드오프로 나서면서 180도 달라졌다. 2차전에 5타수 2안타 멀티히트를 작성했고, 3차전엔 5타수 3안타로 불을 뿜었다. 공격뿐만 아니라 좌익수 수비도 일품이었다. 1차전에 빨랫줄 송구로 2루타성 안타를 친 두산 허경민을 2루에서 잡았던 그는 2차전에서 오재원의 외야 뜬 공을 잡은 다음 홈에 던져 3루 주자까지 아웃시켰다.
이강철 KT 감독은 “눈에 독기를 품고 공ㆍ수에서 엄청나게 잘해주는 조용호와 뭔가 하려는 의지를 보인 강백호에게 고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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