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물밑작업 한창
산은 등서 1.2조 긴급 수혈
알짜 기내식 사업 등 1조원 매각
코로나 버틸 여력에도 송현동 부지 등도 매각 추진
한진칼 주체로 조원태 우군 확보
항공 동맹체 탈퇴 방지 효과도
대한항공이 그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기 속에서도 '실탄'을 마련하며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물밑에서 준비해온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산업은행은 “여러 옵션 중 하나”라고 선을 그었지만, 항공업계에서는 "세계 10위권 항공사 탄생이 머지 않았다"며 대한항공이 이르면 16일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3일 업계에선 대한항공이 금융당국과 함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을 철저하게 준비해왔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금 확보에 이례적으로 공을 들여온 점과 인수 주체로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대한항공도 이날 공시를 통해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 관련해 검토 중이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인수와 관련해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내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부인했던 대한항공이 사실상 인수 추진을 인정한 것이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초 최악의 경영난을 겪으면서 주채권은행인 산은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긴급 수혈받았다. 자금 투입 조건은 올해를 버티기 위한 자구안으로 2조원을 마련하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항공은 알짜 사업부인 기내식 사업과 기내면세품 판매사업을 약 1조원에 매각했고, 유상증자로 1조1,270억원을 확보하며 사실상 채권단 요구를 충족했다. 실적에서도 2, 3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봐 영업이익 2,000억원 가량을 쌓아둔 상태다. 급감한 여객수요 대신 항공화물 운송에 주력한 결과로, 저비용항공사보다 코로나 시대에 버틸 여력을 갖췄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그런데도 대한항공은 이례적으로 현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인천 중구 을왕동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과 제주도 관사 등도 매각을 추진해 2,000억원 가까이 추가 자금을 확보하려 한다. 이달 중 정부에 기간산업안정기금도 신청할 계획이다. 산업은행과 협의가 진행 중인데, 1조원 이상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헐값 매각 논란에 있는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도 매각하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아시아나항공 인수설이 공개된 12일 대한항공은 그간 부정적이었던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정안을 전격 수용하기로 했고, 조만간 서울시에 해당 부지를 매각하게 된다. 매각 금액은 5,000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이 같은 유동성 확보 작업을 마치면 올해 1조7,000억원 넘는 실탄을 확보하게 된다. 자금 전액을 인수전에 투입할 수는 없지만, 인수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에 인수합병 무산 전 받은 계약금 2,100억원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며 인수자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옵션 중 하나가 아니라 철저하게 인수 작업을 준비해온 것으로 보인다”며 “외부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어서 대한항공이 이르면 16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을 발표하는 동시에 LOI를 제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이 인수 주체로 나선다는 점도 인수설에 힘이 쏠리는 요인이다. 한진칼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산은이 한진칼의 3대 주주로 올라서기 때문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으로선 든든한 우군을 확보하게 된다. 그러면 조 회장은 3자 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에게서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도 훨씬 유리해진다.
대한항공은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중국동방항공 등 19개 항공사가 있는 ‘스카이팀’과, 아시아나항공은 루프트한자, 유나이티드 등 26개사가 소속된 ‘스타얼라이언스’와 각각 동맹체를 형성하고 있다. 항공사는 국가별로 취항할 수 있는 노선이 제한돼 있어서 서로 동맹을 맺어 공동 마케팅을 벌인다. 대한항공이 직접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스타얼라이언스 탈퇴가 불가피해 피해가 크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이 인수 주체로 나서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두고 공동 운영하는 체계를 마련하면 이 문제는 해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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