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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장일치로 ‘대종사’ 된 26년 전 ‘적폐승’ 서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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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장일치로 ‘대종사’ 된 26년 전 ‘적폐승’ 서의현

입력
2020.11.12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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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안, 조계종 종회 통과… 승려 최고 지위
노조 “전두환씨가 복권된 꼴… 망연자실”

1994년 서울 종로구 봉익동 대학사에서 비구니 스님들이 서의현 당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며 연좌 농성을 하고 있다. 당시 서 전 원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3선 연임을 시도하자 퇴진 운동이 일었고, 서 전 원장 측이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반대 측 스님들을 구타하는 사건까지 벌어지면서 퇴진 결의 움직임이 전국으로 확산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94년 서울 종로구 봉익동 대학사에서 비구니 스님들이 서의현 당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며 연좌 농성을 하고 있다. 당시 서 전 원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3선 연임을 시도하자 퇴진 운동이 일었고, 서 전 원장 측이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반대 측 스님들을 구타하는 사건까지 벌어지면서 퇴진 결의 움직임이 전국으로 확산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94년 ‘조계종 사태’ 당시 ‘적폐 승려’로 찍혀 승적을 빼앗기고 쫓겨났던 서의현(84) 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이 종단 최고 지위인 ‘대종사’가 된다. 종헌 부정에 개혁 정신 훼손이라는 반발이 있었지만 동의안이 만장일치로 종회를 통과했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12일 열린 정기회에서 서 원장 등 승려 23명이 대상인 대종사 법계 동의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날 회의를 앞두고 서 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에 대해서만 동의하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막상 회의가 시작된 뒤에는 이의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종회를 통과한 동의안은 연말쯤 열릴 원로회의 인준을 받으면 확정된다. 법계 품서는 내년 초 신년하례 때 종정 진제 스님이 기거하는 대구 동화사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대종사는 수행력과 지도력을 갖춘 승랍 40년 이상, 연령 70세 이상의 스님들에게 종단이 부여하는 최고 지위다. 특별한 혜택이 주어지는 자리는 아니지만 종단 큰 어른이자 종단에서 가장 지혜와 덕망이 뛰어난 승려인 ‘선지식(善知識)’으로 인정된다. 종단 최종 의사 결정 기구 원로회의의 의원이 될 수 있는 자격도 부여된다.

1994년 3월 대한불교조계종 제27대 총무원장으로 선임된 서의현 원장이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94년 3월 대한불교조계종 제27대 총무원장으로 선임된 서의현 원장이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 전 원장의 대종사 등극은 상식 밖이다. 서 전 원장은 전두환ㆍ노태우 정권 때 총무원장을 지내며 정교(政敎) 유착과 각종 비리 의혹으로 물의를 빚은 인물이다. 1994년 총무원장 3선 연임에 도전했지만 종단 개혁 세력의 반발에 부딪혔고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이들을 제압하려다 사찰 내에 경찰력까지 투입되는 혼돈 상황을 초래한 뒤 결국 원장 직을 사퇴했다. 그러나 전국승려대회가 그의 ‘멸빈’(승적 영구 박탈)을 결의했고 종단에서 꾸려진 ‘개혁회의’는 결의에 따라 서 전 원장을 승적에서 삭제했다. 종헌상 멸빈자는 복권이 불가능하다. 완전히 퇴출된 것이다. 이후 20여년간 서 원장은 복귀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기류가 바뀐 건 5년 전이다. 승적이 박탈된 지 21년 만인 2015년 그는 ‘당시 징계 의결서를 받지 못했다’며 돌연 재심을 신청했고 다시 열린 재판에서 ‘공권정지 3년’이라는 감형 결정을 끌어냈다. 승적 회복의 길이 트인 것이다. 이를 두고 종단 안팎에서 재심 결정이 종헌을 위배했다는 비판이 분출했고, 사부대중위원회가 열리는 등 다시 종단이 혼란에 빠졌다. 이에 당시 자승 총무원장이 “논란이 종식될 때까지 재심 판결을 이행하는 후속 행정 절차를 보류하겠다”고 약속하며 비난 여론을 무마했다. 하지만 올해 총무원이 ‘승려 분한(分限)’ 신고를 통해 슬그머니 서 전 원장의 승적을 회복시키고 대종사 자리에까지 올려 주면서 결과적으로 식언이었음이 드러났다.

종헌과 개혁 정신 등을 거론하며 종단의 서 전 원장 복권 방침에 항의해 온 개혁 진영은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심원섭 전국민주연합노조 조계종 지부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면ㆍ복권된 것과 마찬가지인 일이 벌어졌다”며 “어이없어 망연자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견지동 조계종 총무원 옆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는 서 전 원장 승적 회복 등을 비판하는 1인 피케팅 시위가 진행되기도 했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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