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출을 거부하는 피의자를 처벌하는 법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추 장관은 12일 "채널A사건 피의자인 한동훈 연구위원처럼 피의자가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 법원의 명령 등 일정 요건 아래 그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 시 제재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인권 침해와 과잉 수사 우려가 클뿐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방어권 행사를 막는다는 점에서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추 장관의 언급은 대검 감찰부에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의 기소 과정을 진상 조사하라고 지시하면서 나온 것이다. 다분히 한 검사장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찰은 지난 6월 한 검사장에게서 압수한 휴대폰에 대해 포렌식 작업을 하고 있으나 잠금장치를 풀지 못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수사 지연의 책임이 한 검사장에 있다고해서 인권 논란을 따져보지도 않고 법을 제정하라는 것은 횡포나 다름없다.
헌법 제12조 2항에는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휴대폰의 비밀번호를 진술하라는 것은 이 조항에 위배될 여지가 크다. 논란이 일자 추 장관은 영국에서 법원 명령이 있을 경우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밝히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고 설명했으나 이는 테러나 중요 범죄 등 다중의 이익이 걸린 경우에만 극히 제한적으로 운영될 뿐이다.
휴대전화는 시민들의 모든 개인 정보가 담긴 필수품이다. 수사기관이 휴대전화 내용에 쉽게 접근한다면 사생활 노출로 인한 인권 침해는 피하기 어렵다. 설령 법안이 마련된다해도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추 장관의 '휴대전화 비번 공개법' 추진은 단순히 윤석열 검찰총장 공격 차원을 넘어선 것이다. 검찰 개혁의 요체인 '인권 수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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