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사고 증가하는데 법 적용 안 받아
어린이·노약자 특히 위험… 대책은 없어
전동 킥보드와 배달 오토바이 등으로 몸살을 앓는 곳은 보도(인도)뿐만이 아니다. 대학 캠퍼스와 아파트 단지도 이런 교통수단이 종횡무진 하면서 탑승자와 보행자의 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장소는 도로교통법 적용도 받지 못해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서울 소재 대학 중 캠퍼스가 가장 큰 서울대는 학생들이 이동 편의성 때문에 전동 킥보드를 즐겨 탄다. 그러다 보니 관련 사고도 잦은 편인데 이 학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6~12월)에만 학내에서 전동 킥보드 사고가 13건이나 접수됐다. 이는 사고 후 학내 보건소를 찾은 경우만 집계한 것이라 실제 사고는 이보다 더 많았을 수 있다. 서울대 캠퍼스관리과 관계자는 "단속 인원도 적고 학교 출입구가 워낙 많아 물리적으로 관리에 어려움이 많다"며 "내달부터 전동 킥보드 관련 법이 바뀌니, 그에 맞춰 안전규칙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전 카이스트는 헬멧 미착용 등 안전 수칙을 어긴 채 전동 킥보드를 타는 게 여러 번 적발되면 징계한다는 방침까지 내놓았지만, 학내 사고가 2018년 3건, 2019년 7건 접수됐다. 학교 안전팀 관계자는 “실시간 단속은 불가능해, 단속보다는 사고 예방을 위한 홍보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화여대는 전동 킥보드는 물론 오토바이와 자전거의 캠퍼스 내 주행을 금지하고, 위반 시 보안 담당자가 이를 제지한다. 다만 학생들이 음식을 시켜먹을 수 있게 배달 오토바이만 운행이 허용된다.
캠퍼스 내 전동 킥보드 사고는 종종 돌이킬 수 없는 피해로 이어진다. 지난달 24일 경기 용인시 명지대 캠퍼스 내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던 대학생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고로 의식 불명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다.
최근엔 캠퍼스뿐 아니라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배달용 오토바이와 전동 킥보드가 질주하면서 어린이나 노약자 등의 안전사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 6월 전국 130개 아파트 단지에 사는 주민 77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아파트 단지 내 배달 오토바이 주행으로 불안감을 느낀다’는 답변이 73.1%에 달했다. 배달 오토바이로 인해 교통사고를 경험했거나 사고가 날 뻔한 상황을 목격했다는 비율도 3분의 1(33.7%)이 넘었다.
주민들이 불안을 느끼는 원인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오토바이의 인도 주행(66.0%)이었지만 단속은 쉽지 않다. 아파트 단지 안에서의 인도와 차도 분리는 도로교통법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임의적 구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학 캠퍼스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상당수 아파트 단지는 ‘도로 외 구역’으로 분류돼 도로교통법의 적용대상 구역이 아니다. 이는 아파트 단지 인도에서 오토바이 또는 전동 킥보드와 보행자 간의 충돌사고가 나더라도 탑승자에게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뜻이다.
심태일 도로교통공단 연구원은 “법 개정을 통해 아파트 단지 관리 주체의 예방 책임을 높이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충돌 사고 발생 시 처벌에 관해선 아직까지 제대로 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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