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대, 한반도 외교 릴레이 인터뷰]
위성락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동맹국 한국에 대한 미국의 주문이 초반부터 쇄도할 것이다"
위성락 전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11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새로 출범하는 조 바이든 정부가 한미 동맹을 중시하겠지만 그 만큼 동맹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양한 주문이 쏟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특히 "한국도 미국과 함께 중국을 압박하자는 요구를 강하게 해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 시기 미국과 북핵 협상 업무를 조율했던 그는 북미 비핵화 협 상 전망에 대해선 "싱가포르 합의 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기 이뤄진 북미 간 합의에 바이든 행정부는 거리를 두려할 것"이라며 "현재로선 북미가 마주 앉는 것조차 하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아울러 바이든 정부가 한·미·일 3각 안보협력 체제 복원을 위해 한일관계에도 분명히 개입할 것으로 보면서 "한국에 결코 유리한 상황은 아닐 것"이라고 우려했다. 버락 오마바 정부 당시 미국의 물밑 중재로 나온 위안부 합의를 파기한 쪽이 문재인 정부라는 인식에서 한국 편을 들어 주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년 한미연합훈련 재개 압박할 수 있어"
-바이든 당선이 한국에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동맹 차원에서 움직여 달라는 주문이 많아질 것이다. 트럼프 정부 정책 전반을 비판해온 바이든 당선인은 기본적으로 'Anything but Trump'(트럼프와는 반대로)'로 가겠지만 중국 압박 정책만은 미 여론의 큰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그대로 가져갈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단독 플레이에 가까웠다면 바이든 당선인은 혼자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에게도 '나와 함께 중국을 겨누자'고 요구해올 것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요구들을 해올까
"당장 내년 한미연합훈련 재개를 압박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 시기 축소된 훈련을 재개해 대중(對中)·대북(對北) 억제력을 복원하는 것은 물론 애매한 상태에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의 안정적 운용을 요구해올 수 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에서도 한반도 지역 통제력 유지 차원에서 부정적 입장이 강해질 것으로 본다."
"싱가포르 합의 인정하지 않을 듯, 한국 정부 상황 악화 막아야"
-바이든 시대 북핵 협상은 어떻게 진행될까
"바이든은 '핵능력을 축소하면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비핵화 조치가 담보돼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실무 협상을 통해 구체적 비핵화 시간표를 챙길 것이다. 여기서도 과거 6자 회담 시절의 협상처럼 '동결-신고-검증-폐기'와 같은 수순을 반복하진 않을 듯 하다. 이를테면 핵무기 반출 등 핵능력이 축소됐다는 점을 보장할 수 있는 핵심 조치를 선(先)순위에 배치하려 할 것이다."
-톱다운(Top-Down)이냐 보텀업(Bottom-Up)이냐, 향후 협상 형태를 두고 말들이 많은데
"톱다운은 구태고 보텀업만이 현실적인 협상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테니스 타법에 포어 핸드( forehand)가 있고 백 핸드가 있다. 포어핸드만 쓰거나 백핸드만 쓰는 테니스는 없다. 둘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지난 몇년 간 이뤄진 톱다운 위주 대화는 북미 간 정상급 대화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 물론 바이든 행정부는 실무협상을 중시하겠지만 정상급 대화가 이뤄졌던 경험 자체를 부정해서도 안 될 것이다."
-바이든이 2018년 북미 정상 간 싱가포르 합의를 향후 협상에 적용할 가능성은?
"낮다. 북미 정상 간 협상 자체를 인정하지 않아온 그로서는 싱가포르 합의는 자신과 무관하다고 여기고 거리를 두려 할 것이다. 반면 북한은 북미 간 신뢰구축을 비핵화보다 앞세운 싱가포르 합의로 돌아가려고 할 것이다. 현재로선 양측이 마주 앉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는 뭘 해야하나
"일단 상황 악화를 막아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준비할 동안 북한이 전략 도발에 나서는 대참사만은 막아야 한다. 다음은 바이든과의 신뢰 구축이다. 북한이 도발로 간다면 반대로 남북관계는 열어둘 수 있다. 미국에는 대결, 남북은 화해 분위기를 유도해 한미 간 균열을 시도할 수 있다. 이 때 우리 정부가 바이든과 신뢰를 쌓아뒀다면 남북관계를 활용해 한반도 위기감을 관리해 볼만한 운신 폭이 생길 수 있다."
- 바이든 정부는 한일 갈등에도 적극 개입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위안부 갈등 당시 오바마 행정부가 다소 한국 편을 들었던 것은 맞다. 하지만 강제동원은 또다른 문제다.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서 배제됐다는 '명분'이 컸지만 강제동원은 당시 협정에 포함된 사항이다. 일본 기업이 배상하라는 한국 요구에 미국이 힘을 실어주기 어렵다. 더욱이 한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지지한 위안부 합의도 이행하지 않았다. 따라서 바이든 정부가 개입하기 전에 우리가 선제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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