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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탄소 중립' 무리없이 실현하려면 원전 감축 속도 조절해야"

입력
2020.11.12 20:00
수정
2020.11.12 21:0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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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철의 관찰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전 에너지경제원장

전력 70% 차지 원자력ㆍ석탄 대폭 감축
신재생ㆍ천연가스 발전으로 급전환 추진
방향 맞지만 경제성과 친환경 균형 필요
감사원 감사 계기 정책 전반 재검토 시급
원전 안전 경각심 가져야하나 위험 과장돼
온실가스 대책 차원에서도 원전 불가피
신한울 3ㆍ4호기 등 정책 변화 여부 주목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9일 한국일보와의 토론에서 "국가에너지기본계획 등 논란을 낳고 있는 현행 에너지전환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왕나경 인턴기자.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9일 한국일보와의 <논담> 토론에서 "국가에너지기본계획 등 논란을 낳고 있는 현행 에너지전환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왕나경 인턴기자.


현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원자력과 석탄 발전을 과감히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 발전으로 대체하겠다는 게 골자다. 원전은 사고 발생 시 괴멸적 피해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으며, 석탄 발전은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 문제 때문에 적극적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원자력 제로’를 목표로 한 ‘탈원전 정책’과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공약했고, 2019년 수립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 등에 관련 정책을 대거 반영해 발전원별 전력 생산 구성을 대폭 변경한 ‘빅턴(Big Turn)’을 시동했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 정책은 그 동안 끝없는 시비의 대상이 돼왔다. 특히 무리한 원전 감축 계획, 천연가스 발전 확대와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상충, 전기료 상승 등과 관련한 논란이 지속됐다. 여기에 감사원이 최근 원전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이 계속 운영의 경제성을 낮게 조작한 잘못된 평가에 근거한 것이라는 감사결과를 내면서 에너지 전환 정책의 적정성 전반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제10대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역임한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로부터 에너지 전환 정책의 현주소를 재점검한다.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오자 야권은 탈원전을 전면 폐기하라며 공격하고, 정부 여당은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하지만 탈원전을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정치적 논란을 벌이기보다는 차제에 에너지 전환 정책 전반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에너지정책 차원에서 감사결과를 어떻게 보는가.

“단순히 월성1호기 계속 운영에 대한 경제성 평가가 잘못됐다는 사실 이상의 정책적 함의를 갖는 감사결과다. 현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이 3차 에기본에 앞서 2017년 8차 전력수급 계획부터 시동됐고 올해 안에 9차 계획 수립이 추진 중인만큼, 현행 에너지정책 전반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본다. 지난 3년간 어떠한 문제가 드러났고, 앞으로 어떻게 보완해나갈지를 점검해 볼 때가 됐다는 얘기다. 다만 탈원전 여부를 둘러싼 감상적 논의를 뛰어넘어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관점에서 에너지 전환 정책 전반을 검토하는 게 필요하다.”

-보다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은 세계적 대세다. 그런 면에서 당초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도 불가피한 면이 있지 않나.

“물론이다. 에너지 전환이라는 건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해야 한다. 여건이 바뀌면 어떤 에너지원을 쓸지와 관련된 ‘에너지믹스’도 바뀌어야 한다. 에너지 가격 변동이나 기후변화 대응 필요에 맞춰 에너지의 선택도 바뀐다는 얘기다. 지금까지도 연탄 쓰다가 도시가스 썼고, 수력발전하다가 원전 많아지지 않았나. 그런 면에서 에너지 전환은 늘 유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거다. 문제는 전환정책이 전반적 합리성을 유지하고 있느냐다.”

-현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을 3차 에기본을 중심으로 평가한다면.

“우리나라 전력 공급의 70%를 담당하는 원자력과 석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로 대체하겠다는 에너지믹스 대전환이 핵심이다. 원전의 잠재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고, 깨끗한 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그 동안 수십 년에 걸쳐 만들어진 발전원별 전력생산 구성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일례로 2014년 발표된 제2차 에기본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035년 11%로 제시되고, 원전 비중을 26%에서 29%로 높이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그게 3차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40년까지 30~35%로 확대하고, 원전과 석탄 발전은 대폭 감축하는 걸로 바뀐 거다. 문제는 3차 에기본이 기존 에너지정책을 철저하게 바꾸긴 했는데, 거기에 맞춰 에너지 전환을 정합성 있게 추진할 합리적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에너지 전환을 정합성 있게 추진한다는 건 무슨 말인가.

“에너지 수급 전략은 매우 다양한 정책 목표들을 최적의 균형을 찾아 유기적으로 수렴하는 식으로 수립돼야 한다. 정합성은 그 과정에서 정책 목표 간 충돌이나 모순이 최소화하도록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경제성이나 친환경 목표가 충돌하지 않고 적절한 균형을 찾아 추진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설비조달 생태계 등을 이미 구축해 가장 경제적인 발전원으로 자리잡은 원전을 서둘러 폐기하고, 그 대신 기술력이나 비용면에서 아직 미성숙 단계인 신재생에너지를 급속히 확대해 대체하려는 건 무리라는 거다. 또 현행 에너지 전환 정책은 친환경 목적에서 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친환경 한다며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나섰는데,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는 자연조건에 따라 전력생산에 단속이 생긴다. 그걸 ‘간헐성’이라고 하는데, 간헐성에 따른 전력 단절을 막기 위한 대체공급용 발전시스템으로 선택한 천연가스 발전 역시 온실가스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온실가스 배출량이 이전보다 되레 증가한 원인 중의 하나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현재 에너지 전환 정책이 정합성을 잃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거다.”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정책은 독일이나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선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석탄 줄이고 신재생 늘리는 건 대세다. 다만 친환경과 온실가스 감축을 추구해도 현실적 접근법은 각국 사정에 따라 다르다. 일례로 스웨덴과 노르웨이를 보면 노르웨이는 북쪽 연안에 있고 피오르드 해안에 엄청난 수력이 있다. 97%가 수력이다. 다른 에너지가 거의 필요 없다. 그러나 스웨덴은 수력이 별로 없어 원자력이 중심이다. 부존자원 상태에 따라 정책이 갈리는 대표적 사례다. 독일은 원전을 짓지 않겠다고 했고, 신재생을 엄청 늘렸다. 그러다 보니 운영이 안 된다. 석탄을 굉장히 많이 활용한다. 유럽에서 기후악당으로 까지 몰리게 됐다. 그럼에도 독일은 유럽 전력공급망과 연결돼 있어 단전 위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과감한 신재생 정책실험을 시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본이나 중국과도 전력공급망 연결이 안되어 있다. 에너지로 보면 섬나라다. 그런 게 독일과 다르다. 미국에서도 2017년 무렵엔 원전 폐쇄계획을 적극적으로 내며 신재생으로 기우는 듯 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차기 대통령 당선자 측이 최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청정에너지로 ‘첨단 원전’을 꼽고 신속한 상업화를 천명하는 등 기조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손양훈 교수는 "무엇보다 에너지전환정책이 전반적 합리성과 정합성을 잃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9차 전력수급계획부터라도 새로운 접근법이 절실하다"고 했다. 왕나경 인턴기자

손양훈 교수는 "무엇보다 에너지전환정책이 전반적 합리성과 정합성을 잃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9차 전력수급계획부터라도 새로운 접근법이 절실하다"고 했다. 왕나경 인턴기자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른 잠복된 이슈 중의 하나가 전기료 인상 문제다. 정부는 임기 내 전기료 인상 안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한전에서는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통해 사실상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료 인상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임기 내 전기료 인상 안 하겠다는 건 참으로 공허한 얘기다. 지금 신재생 해라, 보조금 줘라,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에 전기료 추가 지급해라, 태양광도 산 속에 있는 거 다 연결해라 한다. 앞으로도 원전 급격히 줄이고, 이런 식으로 가면 한전은 적자가 쌓일 수밖에 없다. 다른 사업으로 보전할 곳도 없는 회사다. 결국 현재 120조원에 더해 추가 적자만큼 채무가 고스란히 더 쌓이고, 그럼 현 정부에서 안 올려도 조삼모사식으로 다음 정부에서 전기료 올리거나 국고 투입할 수밖에 없는 거다. 나중에 신재생 전력생산단가가 원전보다 싸질 수도 있지만, 그 때까지 원전 비용이 확고하게 싸다면 원전을 적극 활용하면서 전력비용의 경제성을 보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생각이다.”

-사고 위험성과 폐기물 처리 비용 등을 감안할 때 원전 우려감을 좀처럼 해소할 수 없는 게 문제인 것 같다.

“‘대가 없는 편의는 없다’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본다. 물론 우리나라 국토 판도와 도시 밀집도 등을 감안할 때 원전 사고의 피해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하고 안전에 투자하고 철저한 점검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전세계 400개가 넘는 원전에서 지난 45년 간 원전 자체의 문제 때문에 발생한 사고는 단 3건이었고, 우리 원전 시스템과는 다른 상황에서 발생한 거다. 비행기나 자동차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많은 안전장치를 믿고 이용하는 것이지 위험이 전혀 없기 때문은 아니다. 그리고 우리 원전 기술력이나 생태계도 세계 최고 수준임을 감안할 때, 그걸 서둘러 버리는 건 합리적 선택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원전의 위험이 실제보다 훨씬 과장된 정서적 문제로 부풀려진 것부터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현행 에너지 전환 계획이 합리적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면 어떤 방향의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는가.

“에너지 정책에 정치가 마구잡이로 개입하여 과학적 사실과 경제적 효율성을 무시해 버리는 현재의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 바라건대 그런 변수와 관계없이 에너지 전환 정책의 완급 조절이나 발전원별 전력구성 계획 수정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합리성과 정합성 차원에서 보면, 초미의 관심사인 탈원전 문제는 적어도 원전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면서 전체 에너지정책의 경제성도 살리는 쪽으로 재검토가 절실하다. 그런면에서 조만간 나올 9차 전력수급계획에 주목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3년 간 표류 상태에 빠진 신한울 3ㆍ4호기 추진 여부도 관심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2050년 탄소중립 선언’을 무리 없이 실현하기 위해서도 원전 감축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좀 더 진지하게 검토해 유연한 결론이 도출되기를 바란다.”

장인철 논설위원
변한나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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