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V 4종ㆍPHEV 2종ㆍBEV 3종ㆍFCEV 1종…SUV 비중 70%로 재편
바이든 행정부, 친환경차 육성ㆍ환경규제 강화…세제혜택 위해 현지 생산 시설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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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현대자동차 미국 전동화 차량 라인업 계획도.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미국 친환경차 시장 공략의 고삐를 죄고 나섰다. 조 바이든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환경 규제 강화 방침에 조준된 전략이다.
12일 현대차에 따르면 미국법인(HMA)은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친환경 자동차 라인업을 현재 7종에서 2022년 10종으로 확대, 개편한다. 차종은 하이브리드(HEV) 4종,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2종, 전기차(BEV) 3종, 수소전기차(FCEV) 1종 등이다.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 폭은 3종이지만, 개별 모델의 변화는 상당하다. 우선 현재 시판 중인 ‘아이오닉 HEVㆍPHEVㆍ일렉트릭(BEV)’ 3종과 쏘나타 PHEV를 단종한다. 대신 신형 투싼과 싼타페의 HEV, PHEV 모델을 새롭게 출시한다. 또 현대차그룹 최초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적용한 ‘아이오닉5(준중형 CUV)와 ‘아이오닉6(중형 세단)’를 2022년까지 순차적으로 출시한다. 신형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HEV도 내년 미국 시장에 진출해 아이오닉 HEV를 대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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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2022년 미국 전동화 자동차 라인업 계획
이번에 선보인 친환경차 신규 라인업은 단순히 구형 차종을 대체하는 차원이 아니다. 미국에서 급성장 중인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시장의 흐름을 반영해 소형ㆍ세단 중심이었던 친환경 모델을 중형ㆍSUV 중심으로 재편하는 전략의 일환이다. 현재 코나, 넥쏘 2종에 불과했던 친환경 SUV 모델은 2022년 7종으로 늘릴 방침이다. 이를 통해 테슬라와 도요타 등이 주도 중인 미국 친환경차 시장 경쟁에 본격적으로 합류하겠다는 복안이다.
올라비시 보일 HMA 제품기획ㆍ모빌리티 전략 담당 부사장은 “현대차는 지금 필요한 차량뿐 아니라 미래 환경과 이동수단으로서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을 구상하고 있다”며 “신기술을 통해 글로벌 비전 ‘인간성을 위한 진보’의 일환인 ‘탄소 배출 제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이런 전략은 역시 내년 초 출범 예정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도 고려된 움직임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2030년 말까지 미국 내 전기차 충전소를 50만개 건립하고, 스쿨버스(50만대)와 연방정부차량(300만대)을 모두 친환경 차량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또 전기차에 대한 세금 공제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선 이런 효과로 2025년 미국 전기차 시장 규모는 100만대 이상까지 늘어날 것으로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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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이오닉' 출시 라인업 콘셉트카. (왼쪽부터) 아이오닉6, 아이오닉7, 아이오닉5. 현대자동차 제공
지구촌 곳곳에서 대세로 자리잡은 '친환경' 정책도 고려된 행보다. 바이든 당선인은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파리기후협약’ 재가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럴 경우 이산화탄소(CO2) 배출 규제가 EU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U는 올해부터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CO2 배출 허용량을 1㎞당 95g로 강화했고, 2023년에는 1㎞당 62g, 2050년에는 10g까지 낮춰야 한다.
현대차는 미국 내 전기차ㆍ수소전기차 생산 시설 확충도 고민 중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세제 혜택을 미국산 친환경차에만 부여키로 했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차는 모든 친환경차를 국내에서 생산해서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폭스바겐, BMW, 도요타 등은 미국에서 친환경차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 다만 현대차가 미국에서 친환경차를 생산하기 위해선 노조와 협의가 필요하고 수조원의 비용도 마련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바이든 정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구색맞춤용 친환경차가 아닌, 잘 팔리는 친환경차가 필요하게 됐다”며 “모든 종류의 전동화 라인업을 갖춘 현대차는 시장 대응력이 뛰어나지만, 생산 시설 현지 이전이나 확충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야 본격적인 미국 친환경차 시장 주도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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