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측근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
내각 12월 발표... '공화 출신 장관' 가능성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1일(현지시간) 차기 백악관 비서실장을 내정하면서 정권 인수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음달 초 주요 장관 후보자도 지명키로 하는 등 내년 1월 20일 취임에 맞춰 한 걸음씩 나아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결과 불복 상황이 여전하지만 이에 개의치 않고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CNN 방송 등은 이날 오후 일제히 "론 클레인 전 부통령 비서실장이 바이든 백악관의 초대 비서실장에 내정됐다"고 보도했다. 변호사 출신인 클레인 비서실장 내정자는 1989년 하버드대 로스쿨 졸업 직후부터 바이든 당선인과 함께 일해온 30년 측근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상원 법사위원장일 때 수석보좌관이었고, 그가 2009년 부통령에 당선되자 비서실장을 맡았다. 2014년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에볼라 바이러스 대응을 책임져 '에볼라 차르'로도 이름을 알렸다.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지원했다가 이번에 다시 바이든 당선인 곁에서 선거 승리를 지원했다.
클레인 실장 내정자는 백악관 비서실장 1순위 후보였던 만큼 깜짝 발표는 아니다. NYT는 "바이든 당선인이 12일 클레인을 공식 지명할 것"이라며 "다른 백악관 고위 참모도 며칠 내에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내각 구성도 순차로 진행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하루 전 "추수감사절(26일) 전에는 적어도 (장관 후보자) 한두 명은 알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NYT와 CNN은 내각 주요 인사가 12월 초에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대 관심사는 미국 외교정책 책임자인 국무장관에 누가 기용되느냐다. 이 자리는 특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인사와도 맞물려 있다. 바이든 부통령의 안보보좌관이었던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이 백악관에서 근접 보좌를 할 경우 흑인 여성인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국무장관에 기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NYT도 블링컨 전 부장관의 백악관행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국무장관 후보 명단에는 바이든 당선인과 같은 델라웨어주(州) 출신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 윌리엄 번스 전 국무부 부장관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모두 바이든 당선인과 함께 일한 경험이 많은 인사들이다.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안보보좌관이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맡는 시나리오도 있다. 국방장관의 경우 미 주요 매체들이 모두 여성인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차관을 1순위 후보로 꼽았다.
내각 인사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공화당 출신 인사를 초당적으로 기용하는 전통을 부활시킬지 여부다. 오바마 전 대통령 때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기용한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을 유임시키는 등 역대 대통령은 야당 출신을 내각에 1, 2명씩 기용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4년 전 이 전통을 무너뜨렸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한국계 부인을 둔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 대선주자 출신 존 케이식 전 오하이오 주지사 같은 공화당 인사를 바이든 정부 입각 후보로 들었다.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 재향군인의 날(베테랑데이)인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한국전쟁 참전 기념공원을 찾아 참배했다.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성조기와 태극기가 게양된 기념공원에 도착한 바이든 당선인은 기념비에 헌화하고 묵념도 했다. 그는 별도 성명에서 "여러분이 마땅히 받을 만한 존경에 못 미치는 어떤 것으로도 여러분이나 가족을 절대 대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전사자를 '패배자(loser)'로 불렀다는 지난 9월 미 주간지 애틀랜틱 보도와 관련해 묘한 여운을 남기는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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