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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 뽑는다더니... 있지도 않은 채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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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승무원 뽑는다더니... 있지도 않은 채용이었다

입력
2020.11.14 03:30
수정
2020.11.14 17:48
1면
0 0

항공사 채용 계획도 모르고 공고 낸 고용알선업체
일본의 다른 알선업체에 소개해주는 게 전부
지원자들 "이럴 줄 알았으면 지원 안 했을 것"

논란이 된 공고의 포스터. 일본 저가항공사의 로고가 있고, 채용 절차와 기준 등 전형과정이 설명돼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월드잡플러스 홈페이지

논란이 된 공고의 포스터. 일본 저가항공사의 로고가 있고, 채용 절차와 기준 등 전형과정이 설명돼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월드잡플러스 홈페이지


스튜어디스 지망생인 20대 여성 A씨는 항공사 채용을 준비한 지 올해로 3년째다. 객실승무원은 채용할 때마다 경쟁률 100대 1이 가뿐히 넘어가는 인기 직종인데,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인해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올해는 더욱 힘겨웠다. 공개채용 자체가 사라진 상황에서 '일본 저비용항공사(LCC) 객실승무원 모집' 공고가 A씨의 눈에 들어왔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원서를 낸 A씨. 하지만 A씨는 중도에 전형을 포기했다. 알고 보니 해당 채용은 항공사의 채용계획과 무관하게 고용알선업체가 임의로 낸 공고였다. 합격하더라도 합격이 보장되지 않는 채용이었던 셈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항공업계 채용 가뭄이 1년 가까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 해외취업 전문 알선업체가 승무원 채용이 예정된 것처럼 공고를 내 논란이 되고 있다. 승무원 지망생들 사이에선 "과장 광고가 아니냐"라며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제의 고용알선업체가 다수의 구인구직 온라인 사이트에 '일본 LCC 항공사 객실승무원 모집' 공고를 낸 건 올해 8월. 내용은 보편적인 외항사 채용대행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포스터엔 서류심사와 두 차례의 면접, 오리엔테이션(OT), 취업비자 발급, 최종면접의 전형과정 소개와 함께 일본 항공사의 로고와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자세한 내용을 문의하는 지원자 및 합격자들에게 해당 업체가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들이 하나 둘 드러났다. 통상적으로 외항사 채용대행은 항공사와 업무협약을 맺은 고용알선업체가 서류와 면접전형으로 지원자들을 가려낸 후, 항공사 담당자가 최종면접을 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해당 업체는 공고에 명시한 항공사와 업무협약을 맺지 않은 채 임의로 전형을 진행했다. 더구나 일본 항공사의 승무원 채용 일정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가 하는 일은 단순히 지원자를 일본의 또다른 고용알선업체에 소개해주고, 일본 업체 이름으로 취업비자를 발급해주는 게 전부였다. 구직자 1명을 소개할 때마다 일본 업체로부터 15만엔(약 160만원)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자 발급비용 12만엔(약 125만원)은 물론 지원자 몫이었다. 취업비자를 발급받은 합격자의 경우, 일본 항공사 공채가 열리면 다른 지원자들과 똑같은 채용과정을 다시 거쳐야 했다. 응시를 위해 필요한 항공료와 숙박비도 모두 지원자들의 부담이었다.

해당 업체는 자신들이 낸 채용 공고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비자가 없어 채용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한국인 지원자들을 위해 이를 발급해주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업체 관계자는 "비자가 없어 서류부터 떨어지는 지원자들이 많아 이들을 도와주려 시작한 일"이라고 밝혔다. 공고에 관련 내용을 정확하게 적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모든 지원자에게 과정을 설명하기엔 실질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2차 면접 합격자만을 대상으로 일대일 OT를 진행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원자들은 업체가 처음부터 정확한 설명을 하지 않고 승무원 준비생의 간절함을 이용한 것이 아니냐며 울분을 터트렸다. 승무원 지망생 B씨는 "2차 면접 합격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절대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도 "처음부터 취업비자만 발급해준다고 밝히지 않은 것은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승무원 준비생들을 농락하는 행위"라며 “공고를 똑바로 내면 사람들이 지원하지 않을까봐 허위공고를 올린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이 업체는 올해 한국산업인력공단 민간해외취업알선 지원사업에 선정된 곳으로, 이를 믿고 지원한 승무원 지망생들의 피해가 더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해당 업체가 공고를 올린 온라인 사이트 중 하나인 '월드잡플러스'는 공단이 운영하는 해외취업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로, 지원사업에 선정된 업체만 채용 공고를 올릴 수 있다. 공단 측은 "모든 채용 공고는 직원이 검토한 뒤 승인한다"며 "내부 협의를 거쳐 해당 업체를 조사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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