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조상'격인 싸이월드의 전제완(57) 대표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법정 구속은 면했다. 전 대표는 "늦어도 연말 전에 인수 절차를 마무리해 직원들의 임금을 갚고 데이터를 복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 9단독 조국인 판사는 12일 근로기준법 위반·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전 대표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전 대표는 직원 27명의 임금과 퇴직금 4억7,000만원을 체불하고 직원 3명의 건강보험료 1,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비슷한 혐의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피고인이 능력이 있음에도 악의적으로 임금을 체불했다고 보기 어렵고 피해회복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전 대표의 재판은 여러모로 주목을 받았다. '국민 추억 창고'로 통하는 싸이월드가 보유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 때문이다. 현재 서버에 남아있는 데이터만 사진 140억장, 텍스트(일기) 20억개, 배경음악(BGM) 5억곡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 첫 서비스를 시작한 싸이월드는 개인 홈페이지 서비스를 제공해 한때 회원 수가 3,200만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경영난으로 회사가 기울면서 지난해 10월부터 관련 서비스가 모두 중단된 상태다. 이에 사진 등을 백업하게 잠시라도 서버를 열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싸이월드는 2000년대 후반 트위터·페이스북 등 외국계 SNS가 등장하면서 내리막을 걸었다. 현재 싸이월드는 부채만 230억원에 달하고, 서버 유지비 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대표는 '프리챌' 출신으로 싸이월드의 창업과는 관련이 없지만, 2016년 이 회사를 인수했다. 그러나 서비스 개편에 연달아 실패했고, 임직원 임금을 체불해 이날 실형을 받게 됐다.
전 대표는 투자자를 유치해 체불 임금을 갚고 서비스도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날로 종료 예정이었던 싸이월드의 인터넷 주소(도메인)인 'cyworld.com'의 소유권이 1년 연장된 점도 전 대표로선 희소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회사 측이 투자를 통해 회생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도메인 계약을 연장하겠다고 알려왔다"며 "폐업 신고도 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도메인 계약만 연장된 것일 뿐 현재 서버 유지비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 서비스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전 대표는 재판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항소를 해서 시간을 벌고 인수 작업을 완료해 직원들에게 급여를 주겠다"며 "싸이월드를 살리고자 하는 업체가 있다. 잘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인수가 된다면 데이터는 최대 일주일 내에 복구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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