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도덕적 혼란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눈먼 암살자' '증언들'로 영문학 최고의 상인 부커 상을 2회 수상한 거장 마거릿 애트우드의 단편 소설집이 출간된다. 이 책은 각각의 단편이 독립성을 띠고 있으나, 같은 한 여성의 삶을 단계적으로 그린다는 점에서 서로 연결되는 연작 단편 소설집이다. 이 자전적 소설을 통해 저자는 평생 천착해온 주제인 여성의 삶과 역경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든 여성이 생의 일정 단계에서 마주칠 수 있는 어떤 불안, 나쁜 선택, 그로 인해 겪는 잔잔한 불행과 도덕적 혼란에 대해 말하면서도, 순간순간 목도하는 삶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빠뜨리지 않는다. 민음사·396쪽·1만6,000원
◇우리는 미화되었다
제페토 지음. 10년째 뉴스 기사에 시 형식의 댓글을 남기는 누리꾼, 일부러 찾아 읽는 댓글로 사람들에게 알려진 ‘그 쇳물 쓰지 마라’의 댓글시인 제페토가 두 번째 시집을 출간한다. 이번 시집에서도 시인의 시선은 마음이 여린 것들, 소외된 존재들, 그들의 불안한 밤을 향하며, 그들에게 진심어린 손길을 건넨다. 두껍지 않은 책에 짧은 길이의 시지만 한 번에 끝까지 후루룩 넘기기는 쉽지 않다. 기사와 나란히 실린 댓글시는 우리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어떤 길 위에 서 있는지,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하는지 반추하고 고민하게 한다. 수오서재·236쪽·1만3,000원
◇그대로 둔다
서정홍 지음. 자연에 깃들어 마을 속에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농부 시인 서정홍의 시집. 마창공단 노동자에서 합천군 황매산 자락 조그만 시골 마을 농부가 된 시인은, 산골 마을에서 발붙이고 농사짓는 나날 속에서 마음에 쉴 새 없이 찾아드는 시를 가만히 글로 붙잡는다. 긴 세월 농사를 살아온 이웃들이 땀쑥땀쑥 나눈 귀한 말들, 농사지으며 살아가는 충만한 하루하루를 시로 쓴다. 가장 쉬운 말로 쓰인 시인의 시는 자연의 크나큰 은혜로움과 농사짓는 하루의 기쁨, 시골 마을 어르신의 지혜 등 우리가 잊고 지내던 것들을 가만히 전한다. 상추쌈·136쪽·1만원
◇진실에 갇힌 남자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1억 3천만 부라는 경이로운 판매고를 올린 데이비드 발다치의 신작 장편소설이 출간된다. 사고로 과잉기억증후군을 앓게 된 남자, 에이머스 데커를 주인공으로 한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의 후속작이다. 완벽한 기억력과 공감각이라는 특별한 능력으로 사건을 해결해 FBI에 협력하게 된 그는 죽은 딸 몰리의 14세 생일을 기리기 위해 찾은 고향땅에서 다시 한 번 살인 사건과 뒤얽히게 된다. 전작처럼 캐릭터는 예측할 수 없이 변화하고, 빠른 속도감으로 역전과 반전을 거듭한다. 대담한 필력과 구성이 추리하는 재미와 스릴을 제공한다. 북로드·592쪽·1만4,800원
◇행운을 빕니다
김이환 지음. 한국형 환상소설의 대명사 김이환의 새 연작소설.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열 개의 소원 상자를 서로 다른 열 가지 유형의 사람들 앞에 늘어놓는다. 성별도 연령도 직업도, 각기 원하는 소망도 다른 사람들은 상자에 제각기 다른 소원을 빈다. 상자에 빈 소원은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만 하고, 소원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로 돌아온다. 저자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갖는 의지나 욕망 그리고 그로 인한 고통을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야 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또 잃어서는 안 될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게끔 한다. 들녘·376쪽·1만4,000원
◇숨
한유주 지음. 2003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해,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한 한유주의 신작 소설집. 저자는 쓰고 지우기의 무한 반복을 통해 무한 분화하는 평행 우주로 독자를 초대한다. 이번 작품 속 세 편의 연작 소설에는 죽음과 개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소설에는 친구의 죽음으로부터 개의 죽음에 이르는, 죽음에 관한 두서없는 파편적 기억과 상념들 그리고 은밀한 자살의 몽상이 뒤얽혀 있다. 끊임없이 죽음으로 환원되는 인간 삶의 모든 순간을 하염없이 증언하며 죽음으로 가는 과정의 글쓰기를 계속한다. 그러면서도 어쨌든 살아보고 싶다는 역설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문학실험실·128쪽·1만원
어린이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
루리 글·그림. 제26회 황금도깨비상을 수상한 루리 작가의 첫 그림책. 그림형제의 브레멘 음악대를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해 독특한 화명구성과 세련된 일러스트로 풀어냈다. 늙었다는 이유로 택시 회사에서 해고된 당나귀, 편의점에서 잘린 고양이, 두부를 팔다 쫓겨난 닭, 그리고 일하던 가게가 이사를 하게 되어 일자리를 잃은 개까지, 각각의 동물들에 현세대가 겪는 고충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원작의 브레멘 음악대는 아무도 브레멘 음악 대원이 되지 못했지만, 이 책은 모두가 힘들고 지치는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자는 희망을 전한다. 비룡소·52쪽·1만3,000원
◇또르르 당나귀
조은수 글. 안태형 그림. 길을 잃은 아기 당나귀가 반딧불이를 잡는 아이처럼 울면서도 계속 길을 나아가고 있다. 엄마를 찾아 울먹이며 걸어가는 아기 당나귀 앞에 또르르 재미난 소리와 함께 채소가 굴러온다. 아기 당나귀는 울음을 뚝 그치고 채소를 맛나게 먹는다. 배불리 먹은 아기 당나귀는 다시 엄마를 찾아 길을 나선다. 고난 끝에 행복이 찾아온다는 흔한 말처럼 어려움 속에서 포기하지 않는 씩씩한 아기 당나귀의 태도를 통해, 코로나 팬데믹과 같이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자세를 제시한다. 풀빛·30쪽·1만3,000원
◇식빵 유령
윤지 글·그림. 길모퉁이 작은 빵집 안, 식탁 위에 놓인 식빵 하나가 식빵 유령의 집이다. 실로 딱 필요한 것만 소유하고 살아가는 식빵 유령은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평화를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난데없이 찾아든 고양이가 식빵 유령의 일상을 뒤흔들어 놓는데. 식빵 유령은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엄격한 성격인 것 같은 식빵 유령은 정을 주체할 수 없는 츤데레고, 무시무시한 침입자인 고양이는 보호와 관심이 필요한 존재다. 두 존재의 더부살이는 독자들에게 함께 살아가는 일의 행복을 일깨운다. 웅진주니어·72쪽·1만4,000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