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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020년 각각 두산의 포스트시즌 불펜을 책임지는 이형범(왼쪽)과 홍건희. 두산 제공, 뉴시스
화수분 야구의 대명사 두산이 긁은 복권이 또 한번 ‘대박’ 조짐을 보였다.
가을 야구에 강한 두산은 올 가을 우완 불펜 요원 홍건희(28ㆍ두산)를 재발견했다. 지난 6월 7일 트레이드로 KIA에서 두산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홍건희는 2011년 프로 데뷔 후 처음 밟은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10일 KT와 플레이오프 2차전에 첫 등판해 2.1이닝을 퍼펙트로 틀어 막고 팀 승리를 지키면서 불안했던 두산 불펜의 희망으로 떠오른 것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기대보다 잘 던져서 불펜 운영이 수월해졌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홍건희는 트레이드 당시만 해도 두산 팬들에게 크게 환영 받지 못했다. 두산은 불펜을 강화하기 위해 주전급 백업 내야수 류지혁(26)을 KIA에 내주는 출혈을 감수하면서 홍건희를 품었다. 2018년 평균자책점 10.26, 2019년 7.16으로 부진했던 홍건희는 이번 시즌에도 두산에 합류하기 전까지 6.00으로 주춤했다.
이에 '두산이 밑지는 장사를 했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트레이드 후 홍건희는 9월 1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38로 잘 던지며 팀 내 입지를 다지는 듯 했지만 10월 1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0.80으로 주춤했다. 그 결과, LG와 준플레이오프 두 경기에서는 벤치를 지켰다.
하지만 홍건희는 묵묵히 기회를 기다렸고, ‘가을 DNA’를 가진 두산의 팀 분위기에 편승해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 홍건희는 “두산에 와서 처음 가을 야구를 해본다”며 “외부에서 봐도 두산만의 강함을 느꼈는데, 직접 느껴보니 왜 강한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KIA에 있을 때도 가을 야구 엔트리에는 들었지만 경기에는 못 나갔다”며 “경기에 나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준비를 잘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홍건희의 재발견은 지난해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탠 우완 불펜 이형범(26)을 떠올리게 한다. 2018년말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NC와 4년 총액 125억원에 계약한 양의지의 보상 선수로 두산에 새 둥지를 튼 이형범은 이적 첫해 마무리로도 활약하며 6승3패 10홀드 19세이브 평균자책점 2.66을 찍었다. 두산에서 처음 경험한 한국시리즈에서도 세 차례 나가 1홀드 평균자책점 0으로 활약을 이어갔다.
팀 전력의 60%라고 평가 받은 양의지를 잃고 허탈해했던 두산 팬들은 이형범의 ‘보상 선수 신화’에 크게 기뻐했다. 이형범은 올 시즌에도 큰 기대 속에 시작했지만 27경기에서 1승2패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7.71에 그쳤고, 9월29일 우측 팔꿈치 후내방 충돌 증후군 수술을 받아 시즌 아웃 됐다. 하지만 '2019년 복권’ 이형범의 빈 자리를 '2020년 복권' 홍건희가 대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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