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취미는 여행이 아닌 여행준비다. 떠났을 때보다 떠나기 전의 설렘을 너무 잘 알아서다. 소풍 전날 밤잠을 설치고, 첫 해외여행에 들떠 캐리어에 넣을 짐을 수백 번 쌓았다 풀어본 사람이라면 공감하는 그 기대와 떨림, 들뜸의 감정들.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여행은 1년에 한두 번 겨우 짬을 내 갈 수 있지만, 여행준비는 언제 어디서든 상시 가능하다. 심지어 코로나19가 여행금지령을 내린 요즘 같은 시대에도 여행준비를 막을 순 없다. 그래서 이 책이 지금 나온 건 참 영리한 선택 같다.
여행준비에도 노하우는 있다. 자주 떠나고, 떠났을 때 더 당당하게 놀 수 있도록 ‘명분’을 쌓아놔야 한다. 결혼과 생일 등 기념일의 꺾이는 해를 맞추거나, 다이어트나 입사와 같은 성취를 축하하는 선물이면 딱이다. 여행 가는 나라의 언어를 공부하거나, 현지에서 운전을 하는 경험도 여행의 추억을 몇 배로 늘려준다. 반드시 가야 하는 맛집 예약은 필수다.
저자는 여행을 위해서가 아니라 여행준비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내가 무얼 좋아하고, 가치관은 어떠한지 나의 취향을 정확하게 탐색할 수 있고, 같이 가는 여행 동반자의 취향까지도 발견하게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여행준비만 하고 여행을 못 가도 크게 속상할 일은 아니다. 준비의 시간만으로도 일상과 삶은 훨씬 더 행복해질 수 있기에. 여행준비 비법을 꿀떡꿀떡 듣다가 인생의 태도를 덤으로 배운 기분이다. 이 책을 읽고 여행준비가 취미라고 말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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