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혐의 씌워 대통령 축출하고?
국회의장이 임시대통령 수행
시민들 잇따라 항의 시위
임기 만료를 채 8개월여 남겨 놓은 마르틴 비스카라 페루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페루 내 정치 갈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국회의장이 임시 대통령으로 즉각 취임하면서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수도 리마를 비롯해 쿠스코, 앙카시, 라리베르타드, 아야쿠초 등 페루 전역에서 사흘째 시위가 이어졌다고 11일(현지시간) 일간 라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사흘째 페루에서 이어지고 있는 이번 시위는 지난 9일 의회가 비스카라 대통령을 탄핵하고 마누엘 메리노 국회의장이 임시 대통령에 취임한 것에 대한 항의 집회다. 12일에도 전국적인 항의 시위가 예정되어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덧붙였다.
페루 의회는 9일 내년 7일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는 비스카라 전 대통령을 ‘도덕적 무능’을 이유로 정원 130명 중 105명 찬성으로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비스카라 전 대통령이 주지사 시절이던 2011∼2014년 인프라 공사 계약을 대가로 기업들로부터 230만솔(약 7억2천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물고 늘어진 것이다. 비스카라 전 대통령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 왔다. 시위대는 비스카라 대통령의 탄핵이 ‘의회 쿠데타’라고 주장하고 있다. 메리노 의장의 임시 대통령 취임 역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비스카라 전 대통령은 그동안 반부패 개혁을 추진해온 ‘반부패 전사’의 이미지였고, 대통령의 반부패 개혁에 맞서 온 의회가 오히려 부패한 기성 정치인으로 여겨져 왔다. 여론의 공감대 형성도 없이 의회가 비스카라 전 대통령을 탄핵한 것은 되레 의회에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확인되지도 않은 부패 혐의를 빌미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을 의회가 무리하게 몰아냈다는 이유다. 대통령과 갈등을 이어온 의회는 지난 9월에도 또 다른 부패 의혹을 이유로 대통령 탄핵을 시도한 바 있다.
게다가 페루 국회의원 총 130명 중 절반이 넘는 68명이 부패 혐의로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반발은 더 커진다. 알론스 구르멘디 둔켈베르그 페루 파시피코대 교수는 AP통신에 "정치적 관점에서 비스카라는 저항의 얼굴이었다"며 "이번 의회에는 반부패 노력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