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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와 H&M의 디자인은 왜 밋밋할까

입력
2020.11.14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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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늘날 세계경제는 우리 몸의 핏줄처럼 하나로 연결돼 있습니다. 지구촌 각 나라들의 역사와 문화, 시사, 인물 등이 ‘나비효과’가 되어 일상에까지 영향을 미치곤 합니다. 인문학과 경영, 디자인, 사회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진 경제학자의 눈으로 세계 곳곳을 살펴보려는 이유입니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가 <한국일보> 에 3주에 한번씩 토요일 연재합니다.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시민들이 드로트닝가탄 쇼핑가를 지나고 있다. 스톡홀름=AP/뉴시스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시민들이 드로트닝가탄 쇼핑가를 지나고 있다. 스톡홀름=AP/뉴시스

<12>스웨덴은 어떻게 '복지의 천국'이 되었나

해방 이후 우리나라에서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한 복지는 ‘야경국가’ 수준이었다. 국방과 치안 등 좁은 범주에 국한됐다. 빈곤 탈피 등 기초적인 경제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경제 발전에 역점을 두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국가에 요구하는 사회복지 시스템의 수준도 다양화, 고도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주목 받는 나라가 바로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흔히 ‘복지의 천국’으로 불린다. 국민들이 세금만 납부하면 국가가 직접 생활에 필요한 거의 대부분의 것들을 직접 제공한다. 물론 국민들이 납부하는 세금은 그만큼 많다.

하지만 스웨덴이 '복지의 천국'이 되기까지 세금보다 더 중요한 배경이 있다. 스웨덴은 단순히 사회제도만 복지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평등의식’과 ‘공동체적인 사고’가 가장 공고히 구축된 나라다. 사회 문제를 개개인의 시각에서 접근하고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적인 관점에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 복지 국가 건설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복지국가의 비결, '공동체주의'

스웨덴을 대표하는 기업인 이케아나 H&M의 제품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두 회사 제품은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다른 유럽 국가 제품과는 지향점이 전혀 다르다. 다른 유럽 국가의 가구나 의류 회사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감성과 개성을 표출하는 것을 중시한다. 멀리서도 어느 회사 제품인지 확연하게 알아 볼 수 있는, 회사마다 독자적인 색감과 디자인이 돋보이는 이유다.

하지만 스웨덴 기업들은 다르다. 사실 이케아 가구는 다소 무난하고 밋밋하다. 어느 곳에 놓아도 튀지 않고 어울린다. H&M 의류도 마찬가지다. 디자인을 강조한 프랑스와 이탈리아 의류와 달리 일상 생활 중에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이다.

이는 스웨덴 특유의 공동체 의식과 무관하지 않다. 스웨덴 사람들은 구성원의 개성을 존중하기보단 집단 구성원의 일원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높다. 자신의 개성을 돋보이게 해주는 제품보단 공동체 일원으로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더 선호하는 것이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또 다른 회사인 볼보는 이 같은 사실을 좀 더 극명하게 보여준다. 과거 자동차 안전벨트는 허리만 두르는 형태였다. 이 때문에 급제동을 하면 고개가 앞으로 숙여져 탑승자가 다치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안전벨트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비행기 파일럿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벨트 형태인 가슴을 중심으로 엑스(X)자 형태의 안전벨트가 대안으로 부상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형태의 안전벨트는 착용이 크게 불편해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았다. 이때 볼보가 지금과 같은 허리와 가슴 부위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안전벨트를 세계 최초로 고안했다. 이를 본 다른 회사들은 왜 저런 단순한 생각을 하지 못했나 아쉬워했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볼보의 반응이었다. 당시 볼보는 자신들이 고안해 낸 안전벨트 특허를 전 세계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많은 사람의 안전을 위해 자신들의 이익을 희생한 것이다. 개인의 이익보다 공동체를 먼저 생각한 것이다. 이처럼 스웨덴의 제도와 제품, 문화 곳곳에는 공동체적인 사고가 숨어 있다.

스웨덴이 상속세를 폐지한 이유

하지만 공동체를 유지하는 것은 단순히 철학이나 의식 구조만으로 구현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자율에 대한 많은 희생이 요구된다. 스웨덴의 국세청 시스템이 단적인 사례다. 스웨덴은 국세청을 통해 국민들의 개인 소득을 모두 공개하고 있다. 국세청 사이트를 통해 지인 내지 회사 동료들의 연봉을 얼마든지 조회할 수 있다. 한때 스웨덴 국세청 슬로건은 ‘연봉 협상에 사용하세요’였다.

이처럼 개개인의 정보를 공유하는 이유도 공동체와 무관하지 않다. 공동체를 유지하려면 개별 구성원들의 상황을 서로 공유해야 한다. 구성원 중 결핍이 있는 사람에게는 부족분을 보충해 주어야 하며, 반대의 경우엔 여유분을 내놔야 한다. 사회 체계를 원활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스웨덴이 전 세계에서 남녀평등이 가장 잘 달성된 국가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성도 남성과 동일한 공동체의 일원이다. 따라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예외일 수 없다. 여성도 일정 나이까지 사회생활을 적극 참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스웨덴은 여성이 사회생활을 원활히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어느 나라보다도 적극적일 수 밖에 없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스웨덴은 지난 2004년 의회의 만장일치로 상속세와 증여세를 폐지하였다. 과거 스웨덴의 상속세는 최고세율 70%에 이르렀다. 부의 세습과 집중에 따른 폐단을 막고, 필요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높은 세금을 부여한것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폐단이 드러났다. 1984년 스웨덴 제약회사 애스트라의 설립자 부인이 사망하자, 자식들이 재산을 상속받게 된다. 상속재산 대부분은 주식이었는데, 이들은 세금 납부를 위해 상속받은 회사 주식을 매각했다. 회사 주식이 대량으로 매도되자 주가가 크게 폭락했고, 결국 상속자들은 주식을 전부 매각했는데도 주가 폭락으로 상속세를 다 내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결국 아무것도 상속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는 다른 기업들에게도 커다란 고민을 안겨주었다. 이케아 설립자 잉바르 캄프라드가 세금을 피해 스웨덴을 수십년 동안 떠나 해외에 장기간 체류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스웨덴을 떠났던 기업과 기업가들은 2004년 상속세 폐지 후 스웨덴으로 돌아왔다.

사실 스웨덴 정부는 '복지의 천국'이란 명성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난민들이 스웨덴에 몰리고 있어서다. 스웨덴에선 난민도 공동체 일원이 된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복지 혜택을 받게 된다.

이로 인해 스웨덴에 유입된 난민은 2015년 16만3,000명, 2016년 3만명, 2017년 2만6,000명, 2018년 2만2,000명에 달한다. 이는 정부에 고스란히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스웨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난민들이 총기사고 내지 범죄를 일으키는 경우가 늘고 있기도 하다.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사회 안전망 확충이 중요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어느 누구도 일정 수준 이상의 삶을 향유할 수 있는 사회구조를 갖추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 구조를 갖추기 위해선 이에 부합하는 국민들의 합의된 결론과 의식수준도 같이 요구된다. 또한 이를 체계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사회 제도도 함께 도입되어야 한다. 스웨덴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교훈도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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