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재산피해 금액만 629억6,000여 만원
재판부 "담배 화재?1~3시간 사이 발화 55%"
"당시 피고 외에 4명도 이시간 대 꽁초 버려"
"피고인 꽁초로 화재 합리적 의심? 증명안돼"
21일 오후 경기 군포시 군포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이날 불은 강한 바람의 영향으로 26시간 여 만에 진화됐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지난 4월 경기 군포시 물류센터에서 담배 꽁초를 버렸다가 화재가 발생, 629억 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튀니지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 A씨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당시 화재가 피고인이 버린 담배꽁초에 의한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허문희 판사는 중실화 혐의로 기소된 A(29)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일용직인 A씨는 지난 4월 21일 오전 10시 13분쯤 군포터미널 E동 2-1구역 하역장 부근에서 담배를 피운 뒤 종이박스와 나뭇잎, 쓰레기 등 가연물질이 있는 곳에 꽁초를 버려 화재를 낸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화재로 군포터미널 E동 내부에 불길이 번지면서 건물과 안에 있던 입주업체 상품 등 220억 원을 비롯해 외부 자동차 등 모두 629억6,000여 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경찰과 소방당국은 합동감식을 벌여 A씨가 화재 발생 19분 전에 담배를 피우다 불을 제대로 끄지 않은 꽁초를 버리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을 입수, A씨가 버린 담배꽁초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 4월 21일 오전 10시 35분쯤 경기 군포시 부곡동 군포복합물류터미널 E동에서 큰불이 나 연기가 치솟고 있다. 소방청 제공>
이에 재판부는 “검찰 측 증거에 의하면 화재는 담배꽁초에 의해 발생했고, A씨가 버린 담배꽁초로 인해 불꽃이 일어난 사실을 알 수 있다”며 “하지만 (이것만으로) A씨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통상 담뱃불과 같은 무염화원은 가연물과 접촉 즉시 발화하지 않고 수분에서 길게는 10시간 뒤에도 발화하는 특성을 갖고 1~3시간 사이에 발화하는 경우가 약 55%로 가장 많다”며 “사건 당일 발화시점으로부터 3시간 전부터 발화시점 사이에 피고인 이외에도 4명이 부근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꽁초를 버렸고, 이들은 발화시점으로부터 1시간 사이에도 흡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 4명은) 발화시점으로부터 1시간 사이에도 흡연했고, 발화원인을 판단함에 있어 피고인의 흡연시각과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위 사람들에 대해서는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담뱃불을 모두 털고 필터만을 던졌다고 진술하고 담배꽁초를 터는 장면이 촬영되지 않았은 버리는 모습만 촬영됐다”며 “발화지점에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다른 담배꽁초들이 있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꽁초에 불씨가 남은 상태로 발화지점에 버렸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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