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피복노조, 문재인 대통령에 보내는 편지 낭독
"근로기준법·노동조합법 개정, '전태일 3법' 입법"
봉제 노동자들이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앞두고 열악한 노동 환경 알리기에 나섰다.
'청계피복노조 50주년 공동행사 준비위원회'는 11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버들다리) 위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기리는 동시에 50년이 지난 지금 봉제 노동자들이 여전히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해있다고 밝혔다.
청계피복노동조합는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 열사가 부당한 노동 정책에 분신으로 항거한 후, 어머니 고 이소선 씨와 바보회·삼동회 동료들이 전 열사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같은해 11월 27일 만든 노동조합이다. 이후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서울봉제인지회로 바뀌었다. 화섬식품노조는 청계피복노조 설립일인 11월 27일을 '봉제인의 날'로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옛 청계피복노조 여성 조합원 "16세부터 뼈 휘도록 일했지만"
"37년 경력의 미싱사가 한 달에 200만원을 벌기 위해 하루 14시간 노동을 한다"
홍은희씨
이날 기자회견엔 60세를 훌쩍 넘긴 옛 청계피복노조 여성 조합원들도 참석했다. 서울봉제인지회 조합원으로 활동 중인 홍은희씨가 나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홍씨는 "매일 아침 8시에 출근해 10시에 퇴근한다. 토요일도 저녁까지 일해 법정 노동시간을 넘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공장에서 8명이 작업해) 노동자가 5명이 넘으니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공장이 영세하고 사장도 일하니 사장에게 따지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전태일 선배가 일했던 때처럼 사장이나 관청이 강제로 일을 시키지 않지만 여전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옷감에서 나오는 먼지로 기관지병을 달고 살아도 산재보험 신청은 꿈도 못 꾸며 열여섯살 때부터 뼈가 휘도록 일했지만 퇴직금은 언감생심"이라고 밝혔다.
홍씨는 직원 5명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에게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수 있게 근로기준법 11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수고용 노동자도 노조를 설립할 권리를 보장하도록 노동조합법 2조를 개정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전태일 3법'의 입법을 촉구했다.
홍씨는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공장에 젊은이들이 일하러 오겠냐"며 "일자리를 새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있는 일자리를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전태일 열사가 50년 전 박정희 대통령에게 부치려던 편지를 인용하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절대로 무리한 요구가 아님을 맹세한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요구"라며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현장에서는 마트온라인배송 노동자, 알바노조 조합원 등이 불합리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전태일 평전을 낭독했다. 알바노조는 "임대차 계약서만 있으면 사업자 등록증을 받을 수 있어 사장들이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조차 모르고 사업을 시작한다"며 "사장들이 근로기준법 교육을 받아야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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