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넘기는 '최종 후보 2인' 압축 작업을 둘러싸고 본격적인 신경전을 시작했다. 여야는 상대의 추천을 받은 후보들의 이력을 문제 삼으며 장외 기 싸움까지 벌이는 모습이다. 13일부터 본격화하는 후보 선정 논의를 앞두고, 상대 진영이 내세울 카드를 최소화하는 한편 본인들에게 최대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여야, 정치 행적ㆍ수임 사건 현미경 검증… 중도 하차도 발생
여야는 상대당 추천 위원들이 내세운 후보를 깎아내리는 데 집중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타깃으로 삼은 국민의힘 추천 후보는 석동현 변호사다. 민주당은 석 변호사가 지난 21대 총선에서 야당 공천을 신청했던 인물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중립성에 문제가 있다”고 집중포화를 날렸다. 이재명 경기지사까지 나서 ‘안보에 도움이 된다면 친일파가 되겠다’는 과거 석 변호사 발언을 거론하며 “친일파 공수처장 후보 추천은 국민을 조롱한 것”이라고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민주당 측이 추천한 후보 중 전종민 변호사의 이력을 문제 삼았다. 전 변호사가 과거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에 이름을 올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에서 소추위원 대리인단에 포함됐던 이력을 문제삼고 있다. 논란이 되자 전 변호사는 최 대표 변호인단에서 빠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천 후보 명단이 공개된 뒤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지자 야당 추천을 받은 손기호 변호사는 후보자 신분에서 사퇴를 했다.
野의 히든 카드? '총장 하마평' 오른 김경수 변호사 추천에 與도 ‘움찔’
13일부터 10명의 후보자를 놓고 본격화할 여야의 수 싸움도 벌써부터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여야의 추천을 받은 위원들이 내세운 후보가 각 진영논리에 철저한 인사일 것이라는 예상에 다소 빗나가는 인사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야당 추천위원이 내세운 김경수 변호사가 그 주인공이다. 김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초대 검찰총장 하마평에 오를 정도로 현 정권과 나쁘지 않은 관계다. 이를 증명하듯 김 변호사는 동명이인 김경수 경남지사의 ‘드루킹 사건’ 변호를 맡기도 했다. 때문에 김 변호사 추천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당과 조율을 거치지 않았을 것”이란 반응이 다수 나왔다. 김 변호사 추천 과정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김 지사 변호 이력 등이 걸려 처음엔 추천하는 것에 반대 의견도 분명 있었지만 그걸 제외하곤 중립성이나 능력 면에서 최적의 후보라는 추천이 많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당에선 어깃장 놓을 인물을 추천하지 않겠느냐고 예상했겠지만 우리가 의외의 선택을 했으니 여당에서도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도 김 변호사에 대해선 긍정적 반응이다. 복수의 민주당 의원은 “야당 측 추천 위원 중 가장 합리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누가 될까… 비토권 쥔 野 선택이 관건
여야의 신경전에 셈법까지 복잡해지면서 최종 2인 후보에 누가 포함될지에 대한 전망이 쉽지 않다. 다만 추천위원 7명 중 6명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공수처 출범 자체에 부정적인 야당 몫 추천위원 2명의 특정 후보에 대한 비토권 행사 여부가 관건이 될 수 있다. 민주당 내부에선 “우리가 추천한 후보가 아니더라도 다른 후보에 대해 여당 측이 선호하는 티를 낼 경우 야당 측에선 바로 비토권을 행사할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나온다. 때문에 13일 후보 심사 과정에선 공수처를 두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여야, 법무부가 추천한 후보부터 제외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 야당 측이 비토하지 않을 만한 인물 2명이 누구냐의 문제”라며 “여당 입장에선 ‘최선의 카드’란 애당초 없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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