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정동극장이 내년부터 자체 기획 공연으로 프로그램을 꾸린 ‘시즌제’를 도입한다. 개관 25년 만에 처음이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상설 공연 중심으로 운영해왔던 과거에서 벗어나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정동극장은 11일 서울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도 공연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뮤지컬, 연극, 콘서트, 무용, 국악 등 각 장르별로 해서 모두 13편이다. 가장 눈길 끄는 작품은 뮤지컬 배우 정영주와 양준모가 각각 프로듀서로 나서는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와 ‘포미니츠’다.
여자 배우만으로 꾸며진 ‘베르나르다 알바’는 2018년 초연 당시 전석 매진을 기록했던 작품이다. 내년 1월 재연 무대에도 정영주를 비롯, 황석정, 이영미, 오소연, 김국희 등 초연 배우들이 그대로 오른다. 출연은 물론 제작까지 겸하게 된 정영주는"코로나19라는 풍랑을 만났지만 거침없이 헤쳐가겠다”고 말했다.
동명 독일 영화를 토대로 한 ‘포미니츠’는 양준모가 발굴하고 우리가 만든 창작 뮤지컬로, 피아노가 인생의 전부인 두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 내년 4월 초연한다. 양준모는 “직접 영화감독을 수소문해 뮤지컬 제작 허락을 받아냈다”며 “새로운 형식의 무대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연극도 2편 올라간다. 1인극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6월, 명배우에게 헌정하는 연극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은 연말에 찾아온다. 7월에는 인디 뮤지션들과 함께 하는 대중음악 콘서트 ‘정동의 여름’을, 10월에는 뮤지컬 작곡가들의 작품들을 연주하는 ‘오선지 걸어가는 작곡가’ 무대가 준비돼 있다. 9월 유니버설발레단과 함께 선보이는 발레 ‘백조의 호수’와 ‘잠자는 숲속의 미녀’도 기대작이다.
정동극장 예술단도 내년에 정식 창단한다. 올해 코로나19로 미뤄진 ‘시나위, 몽’을 시작으로 ‘바운스’ ‘소춘대유희’ 등 3편이 3월, 7월, 10월에 각각 무대에 오른다. ‘소춘대유희’는 전통 연희에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홀로그램 같은 첨단 기술을 접목한 공연이라 특히 이목을 끈다.
김희철 정동극장 대표는 “정동극장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으로 시즌제를 도입하기로 했다”며 “관객의 다양한 요구에 발맞추면서 나날이 변화하는 공연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