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대 상무위, 홍콩 보안법 이후 첫 사례
홍콩 야당의원들 "동반사퇴하겠다" 반발

지난 5월 홍콩 입법회 회의 도중 범민주진영 의원 레이 찬이 경비원들에 의해 회의장 밖으로 끌려 나가고 있다. 당시 경찰은 회의장에서 소란을 벌인 등의 이유로 최소 7명의 범민주진영 정치인을 체포했다. 홍콩=AP 연합뉴스
중국이 홍콩 입법회 의원(우리의 국회의원) 4명의 의원직을 박탈했다. 지난 7월 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첫 사례다. 야권이 극렬히 반발하고 있어 홍콩 문제가 다시 미중관계의 뇌관으로 부상할 조짐이다.
중국 최고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11일 “홍콩 독립을 주장하고 외국 세력과 결탁하며 국가 안보에 해를 끼친 4명에 대해 법에 따라 의원 자격을 박탈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입법회 의원에 출마하거나 당선된 경우에도 같은 규정이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대상은 홍콩 민주파 소속 앨빈 융, 쿽카키, 데니스 궉, 케네스 렁 등 의원 4명이다. 하지만 구체적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앞서 홍콩 선거관리위원회는 입법회 선거를 앞둔 지난 7월 최소 16명의 민주파 후보들에게 충성 질의서를 보내 출마 자격을 문제 삼았다. 이들이 지난해 미국을 방문해 관료와 의원들에게 홍콩 인권ㆍ민주주의법 제정을 촉구했다는 이유에서다.
홍콩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당초 9월 실시하려던 입법회 의원 선거를 1년 연기한 상태다. 이에 따라 기존 의원들은 임기가 연장됐지만 이들 4명은 중국 전인대 상무위 결정으로 의원 자격을 상실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입법회 의원들에게 ‘애국심’을 의무화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홍콩 정부는 복잡한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반중 성향 의원들의 자격을 뺏을 명분을 확보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결의안이 강조하는 애국심은 중국을 존경하고, 중국이 홍콩에 대한 통치권을 회복하도록 지지하고,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콩 야당 의원들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4명의 의원직을 박탈할 경우 동반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홍콩 입법회 의원은 70명으로, 이중 40명 가량이 친중파로 분류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앞으로 정부에 비판적인 의원들은 입법회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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