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다 싶었죠.”
중학생 시절 우연히 보게 된 밴드부 공연에서 적재를 사로잡았던 기타는 이제 그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2006년,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또래보다 빠르게 발을 들였던 대학교 시절 역시 그에게는 기타와 음악이 전부였다.
어느덧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는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로 자리매김한 적재는, 이제 자신의 모든 것인 ‘기타’와 ‘음악’으로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노래한다.
“타이틀곡 ‘반짝 빛나던, 나의 2006년’에 등장하는 2006년은 제 대학교 신입생 시절이에요.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빠르게 입시를 준비해서 운이 좋게도 조금 일찍 대학에 진학했고, 꿈꾸던 환경 안에 들어갈 수 있었어요. 사실 대학생 시절은 아직 이뤄놓은 것도 없고, 명예도 없고, 꿈도 없던 시절이지만 ‘나는 이런 사람이 될 거야’라는 마음을 원동력으로 음악을 하던 시기였어요. 그 때 같이 음악을 하던 동기, 선배들의 눈을 우연히 본 적이 있는데 ‘사람 눈이 이렇게 반짝일 수 있구나’ 싶을 정도로 빛나더라고요. 그 모습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서 곡을 쓰게 됐어요. 지금은 이해관계나 돈처럼 사람 사이에 생각할 게 많은데, 그 때는 딱히 생각할 것 없이 ‘이 사람이 좋아서’ 대화를 하고 친해졌던 시간들이 돌이켜보니 참 예쁜 순간이었더라고요. 그래서 그 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 때는 몰랐지만 돌이켜보니 가장 빛났던’ 그 순간을 2006년이라 말한 적재는 그때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덧붙이기도 했다.
“힘든 일들도 많았고, 벽에 부딪히는 때도 많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때만큼 순수하게 뭔가가 좋아서 밤을 새고, 음악을 하고, 사람들을 만났던 때가 없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순수함에서 나오는 예쁜 시간들이 그립죠.”
적재의 신보 ‘2006’은 전작 ‘FINE’ 이후 약 3년 8개월 만의 새 미니앨범이다. 그동안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다양한 컬래버 음원·싱글·OST 등을 발매해 온 덕분에 활동에 공백은 없었지만, 실로 오랜만에 선보이는 미니앨범에 팬들의 기대 역시 여느 때 보다 뜨겁게 모였다.
“저도 3년 8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난 건 몰랐어요. 회사 분들이 계산해주셔서 알게 됐죠. 하하. 그 정도나 지났을 줄은 정말 몰랐거든요. 그동안 싱글이나 OST 음원을 발표하느라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갔다고 생각을 못한 것 같아요. 이번 미니앨범을 내게 된 계기는 ‘더 이상 늦어지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어요. 두 번째 미니앨범 같은 경우에는 제가 가장 편하게 곡을 만들고, 가장 편하게 부르고,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곡들로 준비했어요. 아마 1집을 좋아해주셨던 팬 분들도 이번 앨범을 좋아해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적재가 지난 2017년 발매한 앨범 ‘FINE’의 수록곡 ‘별 보러 가자’는 배우 박보검이 출연한 CF의 BGM으로 쓰인 이후 리스너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걸출한 ‘대표곡’으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대중의 큰 사랑은 더없이 감사한 일이지만, 새로운 앨범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는 ‘흥행’의 부담이 아닐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적재는 ‘별 보러 가자’의 흥행 속 컴백 부담감에 대한 이야기에 “이미 부담감은 사라졌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첫 미니앨범을 발매한 뒤 3년 8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잖아요. 만약 지금이 아니라 1년 6개월 쯤 지난 뒤에 앨범을 냈었다면 그런 부담이 들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곡을 낸지 너무 오래 지나서 부담감이 사라지기도 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별 보러 가자’를 나의 일부분 같은 존재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다보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아마 그런 부담감을 가지고 음악을 썼다면 아마 이번 앨범의 곡들을 만들지 못했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이번 앨범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명확했기 때문에, 부담감이 음악을 바꾸게 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던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을 통해 적재는 ‘가장 적재다운 음악’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그가 말하는 ‘자신만의 색채’는 무엇일까.
“저도 사실 그 고민을 정말 많이 하고, 굉장히 오래 했어요. 제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들은 저를 떠올렸을 때 ‘별 보러 가자’를 가장 많이 떠올려주시더라고요. 사실은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하고 ‘나는 어떤 음악을 해야 좋을까’를 고민했을 때, 제가 서정적이고 말랑말랑한 노래를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원래는 재즈 공부도 오래했고 같이 음악을 하는 동료들과는 R&B 힙합 등을 많이 연주했었기 때문에 ‘나도 그런 장르를 해야 하나’ 고민한 적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기타로 음악을 만들고 노랫말을 쓰다보니까 저도 모르던 제 안의 감성이 제가 생각하는 말들을 잘 표현했을 때 기타로 연주할 수 있는 소박한 노래들이 만들어지더라고요. 이게 나의 색깔이고, 내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이구나 싶었죠. 개인적으로 장르를 국한 짓고 싶진 않지만, 아무래도 잔잔하고 약간은 어두운 음악이 많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적재의 새 미니앨범 '2006'은 12일 오후 6시 주요 음원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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