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수 성공회대 교수,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출연
고강도 제재로 신음한 이란, 바이든 당선으로 화색
"바이든, 사우디 카슈끄지 피살사건 다시 꺼낼 수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등장으로 분쟁 지역인 중동에도 훈풍이 불어닥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 행보로 혼란 일색이던 중동 정세가 다소 진정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특히 지난 4년 동안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강경 제재를 당해왔던 이란이 가장 큰 수혜자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면, 친(親)트럼프 행보를 이어왔던 사우디아라비아 입장에서는 바이든 당선인이 껄끄러운 상대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슬람 전문가인 이희수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11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바이든 시대를 맞아 중동에 미칠 영향을 전망했다.
"트럼프가 4년 동안 중동 관계 워낙 망쳐 놓았다"
이 교수는 먼저 "바이든 당선으로 중동 국가들이 전반적으로 축제 분위기"라며 "환호하고 난리 났다"라고 전했다. "워낙 트럼프가 못된 짓을 많이 해서 누가 와도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놀랍게도 바이든 당선인에게 축전을 제일 먼저 보낸 게 팔레스타인 하마스 지도자"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2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이후 팔레스타인자치정부와 미국은 대화가 단절됐다.
특히 바이든 당선인 입장에서 이란과의 관계 회복은 당장 성과를 빨리 낼 수 있는 분야라는 분석이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독일과 함께 이란 핵 문제에 관한 합의(JCPOAㆍ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맺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5월 '핵합의가 이란의 핵 개발을 막기에 미흡하다'며 일방적으로 탈퇴 선언을 한 뒤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트럼프가 들어와서 하루아침에 엎어 버려서 지금 이란은 최고의 경제 제재 수위에 있다"라며 "너무나 압박 수위가 높기 때문에 지금 이란 사람들은 공식적으로 환호하지는 않지만 (좋아서) 표정 관리를 못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악의 축' 동시 관리는 힘들어...북한 압박은 강해질 것"
그러면서 이 교수는 미국의 대(對)이란 관계 회복이 거꾸로 북한에 대해선 압박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 내다봤다. 이 교수는 "미국의 중요한 대외 정책 중 하나가 북한과 이란 '악의 축' 관리"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동시에 두 악의 축을 관리하기는 힘들다"라며 "북한에 치중하면 이란이 좀 느슨해지고, 이란에 강화하면 북한이 느슨해진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에 대한 제재를 느슨하게 하면 상대적으로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 압박 정책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우리하고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카슈끄지 암살 사건 다시 불거질 수도... 사우디에는 손실"
반대로 중동 국가에서 대표적 친미 국가로 꼽혔던 사우디아라비아는 가장 큰 손실을 입을 지 모른다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바이든 당선인은 자말 카슈끄지 언론인 피살 사건이 왕세자가 개입돼 있고 미국 정부가 과감하게 인권 문제로 다뤄야 된다고 여러번 이야기했다"라며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카슈끄지 피살 사건'은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에 비판적 목소리를 낸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2018년 10월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영사관에서 살해된 사건을 말한다. 국제사회는 암살 배후로 사우디의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지목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경우든 사우디와 함께하겠다"라며 면죄부를 부여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 사건에 대한 책임 추궁을 공약했다.
나아가 이 교수는 "지금 사우디아라비아의 예맨 내전 개입도 바이든 당선인이 굉장히 반대해왔다"라며 " 그런 면에서 사우디는 현재 양면에서 공격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가 급진전될 시점에 사우디의 입지가 가장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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