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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1조원씩 늘어나는 달러 예금… 환차익 기대해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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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1조원씩 늘어나는 달러 예금… 환차익 기대해도 되나요?

입력
2020.11.1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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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달러 투자'가 인기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기대감과 중국 위안화 강세 여파로 '약달러'가 지속되자 "쌀 때 사두자"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원ㆍ달러 환율이 22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9일에는 하루 사이 달러 예금이 1조원 가까이 늘었고, 달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보험에도 자금이 몰린다.

그러나 달러 약세 추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점과 구조가 복잡한 외화상품의 특성 등 따져봐야 할 위험(리스크)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율 하락에 달러예금 잔액 ‘쑥’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원ㆍ달러 환율이 1,100원대까지 떨어지면서(원화 가치 상승) 달러 투자가 주목 받고 있다. 9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의 달러예금 잔액은 530억3,900만 달러로 지난달 말(526억2,800만 달러)보다 4억1,100달러(약 4,461억원) 늘었다. 특히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1년10개월만에 최저치인 1,139원까지 떨어졌는데, 이 영향으로 하루 만에 10억 달러 가까운 돈이 몰렸다. 직전 거래일(6일) 달러예금 잔액은 520억6,000만 달러다.

달러예금은 개인이나 기업이 보유한 달러를 일반 예금에 가입하듯 은행에 예치하거나, 원화를 당시 환율로 바꿔 은행에 맡기는 상품이다. 가입 당시 고시된 이율에 따라 추후에 이자와 환차익을 얻을 수 있어 강(强) 달러가 예상될 때마다 투자금이 몰렸다. 그러나 최근 달러 약세에도 잔액이 늘어나는 것은, ‘달러 가치가 결국 오를 것’이란 기대를 품고 환차익을 노리는 개인 투자자들과 안전자산인 달러를 쌀 때 확보해려는 기업의 수요가 가세한 결과로 보인다.

최근 시중은행 달러예금 잔액 및 환율 추이

최근 시중은행 달러예금 잔액 및 환율 추이


실제 시중은행에는 달러 매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화예금 개설이나 달러 상품 투자 문의가 평소보다 2배 이상 늘었다”며 “재테크뿐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된 이후 유학과 해외여행을 위해 달러를 미리 보유하려는 가계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이 지난 9월 출시한 ‘일달러 외화적금’의 경우 출시된 지 두 달도 안된 10월 말 계좌 수가 2만1,000개를 돌파하기도 했다.

외화보험은 환율ㆍ금리 리스크 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기 환차익을 노리고 투자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당분간 원화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당장 최근의 환율 급락만 보고 투자에 나설 경우 ‘떨어지는 칼날’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인한 미국 재정부채가 확대 가능성과 (백신 관련) 코로나19 불확실성 완화 등이 달러 약세와 수출국 통화 강세로 이어질 것”이라며 “원ㆍ달러 환율이 내년 상반기 중 1,060원 수준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달러 예금은 이자가 '쥐꼬리' 수준이다. 달러 입출식 통장 금리는 연 0.01%, 달러 정기 예금 금리는 0.1% 안팎이다. 예금을 원화로 찾아 쓸 때 발생하는 환전 수수료조차 건지기 힘든 수준이다.

일부 외화 관련 상품은 구조가 복잡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온라인 상에서 외화보험을 ‘이자+환차익 이중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환테크(환율 재테크) 상품’으로 광고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금융당국이 외화 보험에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하기도 했다.

7일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점검하는 모습. 뉴스1

7일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점검하는 모습. 뉴스1

외화보험은 보험료 납입과 지급이 달러 등 외화로 이뤄지는 상품이다. 현재 국내 판매 중인 외화보험 21개 중 19개는 달러를 기초 자산으로 하고 있는데, 2017년 3,230억원 수준이던 외화보험 수입보험료는 올해 상반기 7,575억원까지 치솟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하반기에는 수입보험료가 더 늘어 연간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화보험 가입 시 환율 변동과 보험금을 받는 시점에 따라 가입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지적이다. 보험 계약기간 중 환율이 상승하면 내야 할 보험료 부담이 커져 손해를 입고, 반대로 보험금을 받을 시점에 환율이 하락하면 받을 수 있는 돈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특히 보험의 경우 한번 가입하면 5~10년간 유지해야 해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율 변동에 적극 대처하기도 쉽지 않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만일 투자대상인 해외채권 수익률에 따라 지급이율이 달라지는 금리연동형 상품이라면 금리 위험까지 떠안아야 한다”며 “환율ㆍ금리 변동에 따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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