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이라는 정치 일정을 앞두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과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 연대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야권에서 커지고 있다. 선거 승리라는 대의를 위해서는 몸집을 키우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한번 멀어진 김 위원장과 안 대표가 간극을 좀처럼 메우지 못하면서 연대 가능성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주호영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안 대표의 신당 창당 언급에 김 위원장은 “관심 없다” “들을 가치가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향후 국면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밀당’(밀고 당기기)이 시작됐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김 위원장이 확실하게 정치적 ‘불호(不好)’ 입장을 표시한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온다.
한 때 ‘멘토’와 ‘멘티’에서 상극 관계로?
김 위원장의 성격과 정치 스타일을 아는 주변에선 ‘김종인 체제’의 국민의힘이 안 대표와 화학적 결합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10일 “사람에 대한 직관이 강한 김 위원장은 과거 안 대표의 정치 행보를 보고 직관적으로 자신과 맞지 않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안 대표가 2011년 ‘청춘콘서트’를 함께 하며 정치적 멘토ㆍ멘티 관계로 발전했을 당시 김 위원장이 내린 안 대표에 대한 평가가 아직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두 사람은 이견을 보였다. “정치를 하려면 먼저 국회의원을 해야 한다”며 2012년 19대 총선 출마를 권유했던 김 위원장과 달리 안 대표는 ‘국회의원이 아닌 일하는 시장이 되겠다’는 취지의 태도를 고수해 멀어졌다는 게 주변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야권 관계자는 “당시 안 대표가 시장 또는 대권 직행만을 염두에 두자 김 위원장은 사석에서 안 대표에 대한 주제가 나오면 ‘정치 기본이 안 된 사람’이라는 말을 하곤 했다"며 "이후 안 대표 역시 김 위원장이 본인을 부당하게 폄하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도 “김 위원장은 당시 자신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유연하지 못했던 안 대표의 태도가 불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 3월 출간한 저서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서도 “내가 ‘안철수의 정치 멘토’라고 언론이 줄곧 호들갑을 떨었다”고 안 대표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지금이 감정 싸움 할 때냐’ 김종인ㆍ안철수 지적 목소리도
김 위원장과 안 대표의 ‘기 싸움’을 바라보는 야권 내부의 시선은 복잡하다. 거대여당에 맞서 힘을 키워야 하는 것은 맞지만 두 사람의 구원 때문에 섣불리 정리에 나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 측 인사는 이날 “선거를 앞두고 결속과 통합을 위해 도모해야 할 때인 건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안 대표가 야권의 승리를 위해 어떤 것을 하겠다는 게 아직 없다. 서로 구체성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내년 4월 보선이나 2022년 대선이 시야에 들어온 만큼 초조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야권 내부에서는 이런 김 위원장과 안 대표 싸잡아 비판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과 안 대표를 겨냥해 “국민들은 대안세력으로 야당을 기대하고 있으나 한쪽(김 위원장)은 편 가르기와 쪼개기에 열중하고 한쪽(안 대표)은 벤처 기업가 출신답게 또 다시 창업 운운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도 "‘국민의힘’이나 ‘국민의당’이나 그 어떤 세력의 이익이 아닌, 오로지 정권창출을 위한 연대와 통합에 나서야 할 때"라고 대승적 결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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