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성별 등 고려한 코로나 TF 구성
'의료 불평등 구조 해소' 의지 엿보여
현재 미국은 명실상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대 피해국이다. 하지만 감염병은 유색인종,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가혹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코로나19 종식 못지 않게, 양극화 의료 현실을 극복해야 하는 숙제도 떠안았다. 일단 9일(현지시간) 출범한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자문단 면면을 보면 인종ㆍ계층간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다양성을 꾀한 흔적이 역력하다.
미 경제전문지 포춘은 이날 의사, 보건전문가 13명으로 구성된 TF에서 여성 5명, 흑인ㆍ유색인종이 9명에 달하는 점에 주목했다. 매체는 “미국 의사 중 여성은 36%, 흑인은 5%에 불과하다”며 “의료계의 고질적인 불평등 구조를 감안해 바이든 당선인은 의료 약자들을 우선하는 자문단을 꾸렸다”고 호평했다. TF 브리핑에서 “인종 및 민족 격차를 해결하고 (코로나19) 백신의 공평한 배포를 통해 사회 취약층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한 당선인의 일성이 공염불은 아니라는 얘기다.
자문단 개개인의 이력도 다채롭다. 데이비드 케슬러 전 식품의약국(FDA) 국장과 함께 공동 의장을 나눠 맡은 비벡 머시, 마셀라 누네즈-스미스 모두 의료계 혁신을 추구하는 인권운동가다. 인도계 의사인 머시는 38세 나이에 최연소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 공중위생국장에 발탁됐던 인물이다. 그는 미국ㆍ인도 후천성면역결핍증(AIDSㆍ에이즈) 교육 사업인 ‘비전스 월드와이드’ 등 수많은 시민단체를 설립해 공중보건 개선에 힘썼다. 누네즈-스미스는 라틴계 흑인 여성 의학자이자 미 예일대 보건형평성 연구소 부학장으로 의료 불균형 연구의 권위자다. ‘의료 격차’ 해소가 TF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임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로버트 로드리게스 캘리포니아의대 응급의학과 교수 역시 “코로나19 확산이 고향인 텍사스 라틴계 지역사회를 어떻게 파괴했는지 직접 목도했다.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보다 5배가 넘는 환자들을 치료해야 했다”면서 의료 평등권 회복에 강한 목소리를 냈다.
현재 미국이 세계 최대 코로나19 발병국으로 전락한 데는 부족한 방역과 불평등한 사회구조가 맞물린 측면이 커 차기 행정부의 TF 인사는 더욱 주목 받고 있다. 미국에선 흑인 거주자가 많은 지역의 코로나19 감염ㆍ사망률이 전국 평균의 3~6배에 달해 ‘코로나19 카스트’라는 오명까지 생겨났다. 최근 낭보가 잇따르는 제약업체들의 코로나19 백신ㆍ치료제 개발 과정에서도 인종간 의료 격차는 중요한 걸림돌이다. 미 공영라디오 NPR에 따르면 백신 상용화 시 백인은 절반이 넘는 52%가 접종 의향을 밝혔지만, 흑인은 32%만이 같은 응답을 했다. NPR은 “지난 수백년 동안 제기됐던 사회ㆍ경제적 불균형 및 의료시스템 접근권 차이가 유색인종 공동체 사이에서 의료산업에 대한 불신을 낳았다”고 전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