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가 내년부터 새 로고를 사용한다. 브랜드 아이덴티티(BI)는 이른바 ‘다이내믹 피치(Dynamic Pitch)’. 한국 축구 특유의 치열함과 격렬함을 통해 다이내믹한 경험을 제공하겠단 의미를 담았다. 새 로고 디자인은 한층 단순해졌다. 태극을 상징하는 기존 색상 및 ‘슈팅스타 K’의 상징성을 살리면서도 복잡한 프레임을 없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시도한 로고 변화는 ‘리브랜딩(re-branding)’의 대표수단이다. 특히 상징물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디자인을 단순화 해 확장성을 높이는 작업은 21세기 들어 도드라진 마케팅 트렌드에도 부합한다.
대표적 사례가 스타벅스다. 1971년 창업 당시부터 사용된 그리스 신화 속 요정 ‘세이렌’ 로고는 1987년, 1992년에 걸쳐 수정됐다. 1987년 초록과 검정 색상을 처음 활용한 스타벅스는 1992년엔 세이렌의 상체를 부각하며 로고를 단순화했다. 그러다 2011년 아예 로고 속 ‘스타벅스’ 텍스트를 과감히 버리고 흰색 바탕에 초록색만 사용하는 파격적인 새 로고를 발표했다. 한층 단순화 한 로고는 스타벅스 로고의 호환성을 높였고, 이를 활용해 제작한 머천다이징(MD) 상품들은 이용자들의 일상에 파고들었다.
이번 K리그 새 로고는 일상 속으로 녹아 들겠단 연맹의 의지를 보여준다. 10일 연맹 관계자에 따르면 리브랜딩은 유료관중 230만명 돌파 흥행이 이뤄진 지난해부터 긴밀하게 진행돼 왔다. 외주업체를 통해 K리그 및 해외 축구리그 수요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해 성향 조사를 마치고, 연맹과 구단, 축구관련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을 상대로 대면 인터뷰를 진행해 리브랜딩 방향성을 구체화했다.
이를 통해 연맹은 K리그의 핵심 가치로 팬-구단-선수-지역사회와의 소통과 유대감(Deep connection), 누구나 쉽고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리그(Open to everyone), 여가의 근본 가치인 즐거움 제공(Joyful moments), 축구를 통한 다이내믹한 경험 제공(Dynamic Experience)을 도출해냈다. 이 가운데서 다이내믹한 경험 제공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겼다는 게 연맹 설명이다.
단순화 한 로고 디자인 및 패턴도 여러 영역에서 이전보다 효과적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연맹 관계자는 “새 로고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형태의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라면서 “인쇄지면과 함께 TV, 웹, 모바일 등 매체 환경에 맞게 변형해 활용 가능하고, 중계방송 그래픽과 각종 제작물에 적용될 예정”이라고 했다. 또한 구단별 상징 색을 적용하기에도 수월하다.
무엇보다 새 로고를 활용해 기존에 없던 MD 상품 개발의 문이 열렸다는 데 따른 기대도 높다. 오랜 시간 K리그 구단 MD 개발 및 판매를 지속해 온 백승남 케플러엠엔에스 대표는 “최근 국제적 트렌드에 걸맞은 변화”라면서 “디자인을 단순화 하면서 모바일 환경 적용 및 MD 제작 시 활용 폭을 넓혔다”고 평가했다. 조주형 라보나크리에이티브 대표는 “한층 명료하고 세련된 데다 일상에 녹아 들기 좋은 디자인”이라면서도 “두 버전의 엠블럼 중 어두운 배경용으로 제작한 로고가 더 은유적이면서 독창적으로 느껴지지지만, 두 버전의 엠블럼을 함께 사용하게 될 때 가이드라인이 잘 지켜지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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