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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대] 힘 받는 트럼프 불복 소송전… 지원사격ㆍ여론몰이 ‘투 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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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대] 힘 받는 트럼프 불복 소송전… 지원사격ㆍ여론몰이 ‘투 트랙’

입력
2020.11.10 18:30
수정
2020.11.10 18:3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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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 부통령ㆍ공화 상원대표 “아직 안 끝났다”
최대 ‘경합주’ 펜실베이니아 타깃 뒤집기 시도

9월 미국 워싱턴 인근 앤드루 공군기지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대통령이 윌리엄 바 법무장관과 함께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내리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9월 미국 워싱턴 인근 앤드루 공군기지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대통령이 윌리엄 바 법무장관과 함께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내리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잇단 진영 내 승복 종용으로 위축되는 듯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불복전(戰)' 기세가 돌연 상승 기류를 타는 분위기다. 정부ㆍ공화당 인사들의 조직적 지원 사격과 집회를 통한 여론몰이 등 '투 트랙' 대응이 점차 체계화하면서다.

국방장관 경질된 날 일사불란 움직인 정부ㆍ여당

AP통신은 9일(현지시간) 자체 입수한 '메모'를 근거로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전국 연방검사들을 상대로 선거 부정의 실질적 혐의가 존재한다면 대선 결과가 확정되기 전에 이를 추적할 것을 재가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광범한 사기의 증거가 없는데도 '실질적 혐의가 존재한다면'을 전제로 이런 허가가 이뤄진 거라고 AP는 부연했다.

AP가 의심하는 건 정치적 의도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 불복 소송에 법무부를 이용할 거라던 그간의 예측이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바 장관의 지침은 선거 결과가 완전히 정해지기 전에 이런 류의 명시적 조치를 금지해온 법무부의 오랜 정책과도 거리가 멀다. 대표적 '충성파'로 꼽히는 바 장관은 그간 법무부를 정치화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는 대선 기간 '우편 투표=사기'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전파하는 데 앞장섰다.

미치 매코널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9일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상원의원 당선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치 매코널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9일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상원의원 당선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공교로운 건 시점이다. 최근 며칠간 트럼프 대통령 지원에 소극적이거나 오히려 승복을 종용하는 듯하던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바 장관의 행동 개시 사실이 알려진 이날 약속이나 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100% 그의 권한 내에서 부정행위 의혹을 살펴볼 수 있다"(매코널 원내대표)거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펜스 부통령)며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한 것이다.

이날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전격 경질한 날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예의 '트윗 경질'이었다. 에스퍼 장관은 6월 인종차별 반대시위 진압에 군을 동원하라는 지시를 거부한 뒤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났다는 얘기가 있었다. 부통령, 상원 사령탑, 법무장관이 교감한 듯 움직인 게 하필 이런 날이었던 셈이다.

소송 지원 사격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공화당 소속 10개 주(州) 법무장관들이 이날 '펜실베이니아 우편투표 마감시한 연장은 무효'라는 의견서를 연방대법원에 제출했다. 최대 경합지였던 펜실베이니아는 주대법원에 이어 연방대법원도 지난달 중순에 6일 도착분까지 유효표로 인정한 곳이다. 하지만 트럼프 캠프는 곧바로 문구만 수정한 별도 소송을 연방대법원에 내더니 이날은 공화당 주정부들을 가세시킨 것이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공화당 주정부들이 트럼프의 소송전에 무게를 싣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이런 엄호 속에 경합주를 겨냥한 트럼프 캠프 측 돌격은 맹렬하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 등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역시 펜실베이니아주를 상대로 한 소송 제기 사실을 전하며 "개표 과정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간 차별 대우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캠프는 조지아·미시간·네바다 등서 1심이 기각됐지만 이에 개의치 않고 지난 주말 애리조나에서 추가 소송을 낸 데 이어 다른 주들에서도 무더기 소송에 나설 것임을 예고한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2017년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2017년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대규모 집회 여론전은 2024년 대선 재출마 포석?

또 하나의 불복전 트랙은 대대적인 여론몰이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캠프는 소송전의 정당성을 홍보하기 위해 경합주 위주로 전국을 돌며 수만명을 동원하는 대규모 집회를 여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CNN은 "트럼프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과 개인변호사 루디 줄리아니 등이 집회 여론몰이 방안을 강력히 권고했다"고 전했다. 사실일 경우 애초 트럼프 대통령에게 승복을 권한 것으로 알려졌던 쿠슈너 선임보좌관도 '불복파'에 가세한 셈이다.

여론전 역시 핵심 타깃은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다. 사망자 2만여명이 투표했다는 게 트럼프 캠프 측 주장이다. 조 바이든 당선인과의 표 차이가 4만5,000표를 넘는 만큼 사망자 표를 제외하기보다 '선거 진행에 결함이 있었다'는 결론을 끌어내는 게 목표라는 분석이 많다.

믿는 구석은 대선에서 확인된 견고한 지지층이다. 비록 패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얻은 7,120만표는 승리한 경우까지 포함한 득표 규모에서 역대 두 번째다. 이날 폴리티코-모닝컨설트 조사 결과를 보면 공화당 지지자 70%는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았다"고 여기고 있다.

이번 소송전을 이기지 못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4년 뒤를 준비할 것이란 얘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폭스뉴스라디오 인터뷰에서 "2024년 대권 재출마를 권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한 발 더 나아가 "트럼프가 이미 참모들에게 2024년 대선 재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면서 "패배를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출구전략으로 삼고 있다는 얘기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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