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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대] 트럼프 보복 '인사 칼날' 어디까지... 국방수장·기후책임자 내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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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대] 트럼프 보복 '인사 칼날' 어디까지... 국방수장·기후책임자 내쫓아

입력
2020.11.10 17:00
수정
2020.11.1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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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엣 가시 에스퍼 국방 전격 경질?
기후변화 평가 최고 책임자도 해임
'보복' 의도 다분... 끝까지 색깔 심기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3월 백악관에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의 브리핑을 듣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3월 백악관에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의 브리핑을 듣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사실상 패배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성 ‘인사 칼날’이 매섭다. 사사건건 대립해온 국방 수장을 전격 해임하더니 기후변화 최고 책임자까지 잘랐다. 안보 전략은 물론, 조 바이든 당선인이 당면 과제로 제시한 환경 의제에도 자기 색깔을 더욱 뚜렷이 한 것이다. 현직 대통령의 프리미엄을 활용한 ‘레임덕(권력 공백) 공포정치’로 차기 행정부의 연착륙을 방해할 것이란 우려가 점점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마크 에스퍼는 해임됐다”는 짧은 트윗 글로 에스퍼 국방장관의 경질을 알렸다. 그는 한 때 ‘예스퍼(Yesper)’로 불릴 만큼 트림프 대통령에 충성한 각료였지만, 6월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 진압에 군을 동원하라는 지시를 거부해 단단히 눈 밖에 났다.

앞서 6일 개표 도중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평가를 총괄하는 마이클 쿠퍼버그 최고 책임자도 경질된 사실이 이날 뒤늦게 알려졌다. 쿠퍼버그는 백악관 산하 세계기후변화연구프로그램(USGCRP) 고위 간부로 국립해양대기청(NOAA), 항공우주국(NASA) 등 13개 연방정부 기관들과 함께 기후변화 보고서 작성을 담당해왔다. 같은 날 닐 채터지 연방 에너지규제위원회 위원장도 강등됐고, 미국의 해외 원조를 전담하는 보니 글릭 국제개발처(USAID) 부처장, 리사 고든 국가핵안보국장 역시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들의 해임에는 보복성 의도가 다분히 묻어난다. 에스퍼 장관은 이미 닷새 전 군사전문지 밀리터리타임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원하는 것은 매우 분명했다”며 자신의 항명이 인사 조치로 이어질 것임을 예상했다. 게다가 예스퍼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1순위 교체 대상으로 꼽혔던 터라 굳이 지금 시점에서 교체할 이유가 없었다. 채터지 위원장도 “강등 조치는 100 % 보복”이라면서 “(조치 자체가) 나의 독립성과 성실성을 입증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정책의 연속성이다. 현 정부 임기가 10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잇단 인적 청산은 반(反)트럼프 기조를 분명히 한 바이든 차기 행정부의 정책 시행을 더디게 할 게 분명하다. 우선 리더십 공백이 우려된다. 예스퍼 후임으로 장관 대행을 맡게 된 크리스토퍼 밀러 대테러센터장은 특수전부대 그린베레 출신으로 군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국방 전반을 지휘하기엔 역량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가 따른다. 때문에 ‘식물 장관’과 을 앞세워 입맛에 맞는 군사 작전을 감행하거나, 내부적으로 불복 소송이 격해질 경우 다시 군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밀러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슨 행동을 해도 막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기후 의제도 마찬가지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구온난화는 사기”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달리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4대 핵심 과제로 공표한 상태다. 표적 인사를 당한 USGCRP는 트럼프 행정부가 화석연료 옹호 정책을 펼친 2018년부터 기후변화 이슈를 평가해 2023년쯤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었다.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방향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겠다는 의중이 인사에 반영된 셈이다. 실제 쿠퍼버그의 빈 자리를 채울 것으로 예상되는 데이비드 리게이츠 델라웨어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 정확히 일치하는 인물이다. NYT는 “리게이츠는 연구진이 지구온난화 피해를 예측하기 위해 활용해온 연구모델에서부터 의문을 제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정상원 특파원 ornot@hankookilbo.com
장채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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