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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우지 않을 용기

입력
2020.11.10 14:00
수정
2020.11.10 17:3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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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윤
박정윤올리브동물병원장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이 났다. 바이든과 트럼프의 대결에서 바이든이 승리했다. 미국 대통령중 트럼프는 유일하게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은 대통령이었다고 한다. 주위에서 이미지 개선을 위해 퍼스트독을 마스코트로 권유했지만 트럼프는 거절했다. 시간도 없고, 강아지에 대해 인식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런 자신이 백악관에서 강아지와 산책하는 모습은 가식적이라는게 이유였다.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지만, 키울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반려동물을 이미지개선의 ‘도구’로 삼지 않은 것은 높이 살 만했다.

한국에서는 예전에 고위관직에게 동물을 진상하던 일들이 잦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도 취임시 동네주민들이 선물했던 진도견 두 마리가 청와대에 들어갔지만 탄핵으로 물러날 때는 데려가지 않았다. 지금은 점차 동물을 선물하는 악습은 줄어들고 있지만, 다른 방식으로 동물들이 이용된다. 관공서나 공공기관 등에서 유기동물들과의 동거가 미담으로 알려져 홍보가 되는 식이다.

부천 역곡역의 명예역장으로 사랑을 받았던 고양이 ‘다행이’가 대표적이다. 2014년 쥐덫에 걸려 다리를 잃을 뻔했던 유기고양이를 당시 김행균 역곡역장이 데려와 명예역장으로 임명하고 함께 지냈다. 김 역장은 철로에 떨어진 아이를 구하다 다리가 절단된 사고를 당했던 의인이었고, 그런 둘의 만남은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김 역장이 건강상 문제로 수술을 받으며 자리를 비우고 휴직이 길어지자 2017년 ‘명예역장’ 다행이는 유기동물센터로 보내졌고 그곳에서 실종되었다. 당시 지자체 홍보에 이용되는 동물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컸었다.


부천 역곡역 명예역장 '다행이'. 한국일보 자료사진

부천 역곡역 명예역장 '다행이'. 한국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이런 토사구팽은 여전하다. 포천 파출소 ‘명예순경’ 왕방이 왕순이는 최근 사례다. 두 마리는 3년동안 파출소에서 키워졌다. 함께 순찰을 돌기도 하고, 순경으로 계급장도 달았다. SNS에 두 강아지의 일상이 알려지면서 동네주민은 물론 서울에서도 보러 갈 만큼 파출소는 명소가 되었다. 하지만 맨처음 데려왔던 경찰관의 근무지 이전 후 찬밥신세가 되었다. 파출소 측은 소음을 문제로 마당에서 키우던 개들을 내쫓고 나무를 심었다. 결국 국민청원까지 사연이 올려졌고, 왕방이와 왕순이는 이웃주민의 임시보호를 받다가 국내에서 입양을 가지 못하고 해외로 입양을 가게 되었다.

이외에도 사례는 무수하다. 2019년 전북 완주군 면사무소의 강아지주무관 ‘곶감이’는 유튜브 스타로 키워졌지만 관리소홀로 농약을 잘 못 먹고 죽었다. 가평경찰서 마스코트 ‘잣돌이’는 방송에 나간 지 3일 만에 차에 치여 죽었다.

유기동물을 입양해서 가족으로 맞아준다면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평생 함께할 책임감이 없다면 시작하지 않는 용기도 중요하다. 트럼프처럼 말이다. 마스코트 동물들을 SNS로 만나면 좀 더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자. 동물이 살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인지도 판단하자. 무엇보다도, ‘평생, 끝까지’ 함께하는지 끝까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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