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중국 현장학습에 교수 자녀 셋 동행
학내 커뮤니티서 문제제기... 사진 삭제 조치
서울여자대학교 교수들이 2017년 해외 현장학습에 참가 자격도 없는 중고생 자녀들을 임의로 동행시킨 게 드러나면서 학내에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더구나 학생들의 문제제기에 학교 측이 별다른 해명도 없이 홈페이지에 실려 있던 당시 현장학습 사진을 지우는 식으로 대응하면서 사안 축소에만 급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서울여대가 2017년 12월 27일부터 30일까지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중국 상해 글로벌 창업 트랙 현장학습'에 인솔 교수 세 명이 자신의 중고생 자녀(중학생 2명·고등학생 1명)들을 참여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의 유명 포털 기업 등 정보기술(IT) 전문 기업을 방문해 창업 역량 등을 배우는 과정으로, 서울여대는 2016년부터 정부의 지원을 받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소프트웨어(SW) 연계전공 2~4학년 중 창업계획서를 제출한 학생에 한해 참가자를 선발하는데, 전공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 선발 경쟁도 치열하다.
학생들에 따르면 현장학습 인솔 교수 세 명은 출국 당일 각자 자녀들을 공항에 데려와 일정에 함께 동행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들 자녀 3명 중 2명은 남학생이었다. 학생들은 이들이 참가 자격이 없는 데다 무엇보다 여대 현장학습에 남학생이 온 것부터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교수들은 강연 및 회의, 기업 방문 등 현지 모든 일정에 자녀들을 참여시켰다. 참가 학생들은 “교수들이 강연자에게 자신의 자녀들을 일일이 소개해 주는 등 자녀 교육에 치중해 정작 내 학습권이 침해당하는 기분이었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최근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특혜 논란' '공정성 훼손' 등을 지적하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한 학생은 "설령 교수가 참가비용을 사비를 냈다고 해도 서울여대 학생을 대상으로 한 현장학습에 상관 없는 사람이 참여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업무시간에 자녀를 동행시키면서 학생들을 관리해야 할 본인의 업무도 온전히 이행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교 측 대응도 학생들의 반발을 불렀다. 학생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학교 측이 별도의 해명도 없이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던 당시 현장학습 사진을 지우면서다. 이 사진엔 당시 교수 부모와 동행한 중고생 자녀들이 찍혀 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사진에 미성년자인 교수 자녀들의 얼굴이 나와 인권 보호 차원에서 삭제한 것이지, 문제를 덮기 위한 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해당 교수들은 "연말연시에 아이들만 놓고 출장을 갈 수가 없어 현장학습에 데려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현장실태 조사 결과 교수 세 명이 자녀들을 현장학습에 동반한 건 사실이지만 참가비는 모두 교수 개인들이 부담했다"며 "다만 향후 유사 문제 재발 방지를 위해 해당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학 전체에 안내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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