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14개 직종 3350명 설문
경영계 "63% 일괄 가입 반대" 결과와 달라
고용보험 가입 걸림돌은 "경제적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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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 롯데택배 소속 노동자가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10명 중 8명 이상이 고용보험에 가입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전국민 고용보험'과 관련해 특고 당사자들을 설문조사한 결과인데, 앞서 경영계가 실시한 조사와는 전혀 다른 결과여서 주목된다. 특고들은 고용보험 가입이 가장 어려운 이유로 비용부담을 꼽았다.
고용노동부는 14개 직종의 특고 3,35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85.2%가 '고용보험에 가입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고 10일 밝혔다. 조사는 1차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수혜자 중 일부를 전화설문하는 방식으로 지난달 10~20일 10일간 진행됐다.
정부가 이번 조사를 한 이유는 특고의 의무 가입을 전제로 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에 대해 경영계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9월 특고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2.8%가 ‘일괄적인 고용보험 가입에 반대한다’고 답했다며 "정부 입법안이 오히려 특고의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는 234명을 조사한 결과로, 정부 조사에 비해 응답자 수가 적다.
고용부 조사에서는 특고 직종 중 학습지교사(92.4%) 및 정수기 점검원 같은 대여제품방문점검원(92.1%)의 가입의사가 높게 나타났다. 가입의사가 가장 낮은 직종은 골프장캐디(68.3%)였다. 보험설계사는 84.9%가 가입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최근 한국보험대리점협회의 조사에서 보험설계사 1,245명 중 955명(76.7%)이 의무가입에 반대한것과 상반된다. 정부와 고용자의 조사 결과가 다른 배경으로는 노동자들이 고용자의 눈치를 본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고 고용보험이 시행될 경우 보험료를 분담하는 적정 비율로는 ‘사업주와 종사자가 5대 5로 동일하게 부담’해야 한다는 응답이 87.3%로 대부분이었다. 적정 보험료로는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49.9%)가 월 소득의 0.6%를 선호했다. 현재 근로자가 부담하는 보험요율인 월 소득의 0.8%를 고른 응답자도 41.9%였다.
고용보험 가입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대부분 경제적 부담이었다. 응답자의 31.7%는 가입을 꺼리는 주된 이유를 ‘세금이나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을 추가적으로 내라고 할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가입하고 싶지만 당장 고용보험료가 부담된다'는 응답도 30.0%로 적지 않았다. 그 외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등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서' 가입을 안 한다는 응답도 18.4%였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89.6%는 월 소득이 300만원 이하로 상용근로자의 평균 소득(8월 기준 356만원)보다 적었다. 응답자 중엔 월 100~200만원을 버는 경우가 45.5%로 가장 많았다. 주된 이직사유로 꼽힌 것도 '소득이 너무 적어서'(50.4%)다.
정부는 국회 입법논의과정에 조사내용을 반영할 계획이다. 권기섭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이번 설문을 통해 특고 대다수가 고용보험 가입을 희망하고 있으며, 여성과 40~50대의 가입의사가 다소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원활한 고용보험 적용을 위해 저소득 특고와 사업주의 고용보험료 부담을 덜어드릴 지원사업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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