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된 지 1년 4개월 인사위원회도 안 열려
김소영 의원 "시향이 규정 멋대로 해석" 비판
시의회 출석 박현정 "고질적 문제 해결 안돼"
이른바 ‘박현정 죽이기’ 사건에 연루된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지만 징계는커녕 인사위원회조차 열리지 않은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의회에선 기소된 직원이 승진까지 했던 사례를 거론하며 ‘직원 감싸기’에 급급한 강은경 서울시향 대표를 질타했다.
한국일보 취재결과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소영 의원은 지난 6일 열린 제298회 정례회에서 “서울시향이 내부 규정을 스스로에게 유리하게 해석해 (문제의 직원들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지난해 7월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를 모함한 이른바 ‘서울시향 사태’ 관련 직원 5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5명 중 현재까지 서울시향에 근무 중인 직원 3명은 기소된 지 1년 4개월이 지났지만 징계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았고, 일부 직원은 시향 사태 이후 오히려 승진했다.
서울시향 내부 상벌규정 제17조는 인사위원회가 징계를 의결하기 전에 징계대상자가 형사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경우 1심 선고시까지 징계절차를 유보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서울시향은 이 조항을 근거로 징계 절차에 나서지 않고 있다.
김소영 의원은 그러나 서울시향이 “내부 규정을 멋대로 해석한 탓”이라며 직원들을 즉각 인사위원회에 회부하라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자신이 직접 의뢰한 법률자문 결과를 제시했다. 김 의원은 “3곳에서 자문을 받아본 결과 모두 해당 조항에 대해 ‘징계에 회부할 수 있고, 인사위원회를 개시해야 한다’고 해석했다”며 “징계는 고사하고 운영규정에 따른 직위해제도 하지 않고 오히려 승진을 시킨 것은 법을 무시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2014년 서울시향 사태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A씨는 팀원에서 팀장으로 승진했고, B씨는 최근까지 핵심보직의 팀장을 맡았다.
강은경 대표는 이에 대해 “서울시향 사무국 소속 직원 20명이 단원 100명 이상을 지원하고 있다”며 “품성을 갖고 일을 시키는 게 아니라 서울시향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성과를 내는지에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이어 “저에 대해서도 직원들이 ‘뒷담화’ 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상사를 음해한다고 해서 다 문제 삼았다면 아마 대표직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황규복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강 대표가 징계 의사를 계속 밝히지 않자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징계는 보류하더라도 일단 인사위원회에 안건 상정을 하라”고 말했다.
김소영 의원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문제는 박현정 전 대표 한 사람의 억울함으로 끝나서는 안 되는 굉장히 심각한 사안이다. 전임 시의원들도 해결해보려고 했지만 서울시의 의지가 없었다”며 “문제를 일으킨 직원들이 승승장구하는 것은 조직의 기강을 무너뜨리는 행위이므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시의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현정 전 대표는 자신이 취임 직후 마주한 서울시향의 고질적인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표는 “제가 취임하기 전까지는 정명훈 감독에게 10년 동안 아무도 (시향의) 운영이 잘못됐다고 말해주지 않았다”면서 “단원 평가부터 이중경비 청구, 임의로 이뤄진 외부계약까지 백지수표처럼 쓰였다”고 말했다.
‘서울시향 사태’는 2014년 말 시향의 일부 직원들이 박현정 전 대표에게 ‘성추행과 막말 여성’이라는 굴레를 씌워 박 전 대표를 사회적으로 매장하려고 한 사건이다. 박 대표와 갈등을 빚던 일부 직원들은 같은 해 10월 폭언과 성추행을 당했다는 탄원서와 출처불명의 호소문을 유포했고, 박 전 대표는 떠밀리듯 서울시향을 떠나야 했다. 호소문을 작성한 직원 10명은 박 전 대표에 대해 강제추행과 성희롱, 업무방해 등의 내용을 담은 고소장을 수사기관에 제출했으나 모두 무혐의 처리됐거나 무죄 판결이 나왔다. 반면 박 전 대표를 공격했던 직원 10명(5명 기소·5명 기소유예)은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돼 줄줄이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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