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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베팅" 강조했던 바이든, 어떤 동맹 계산서 내밀까

입력
2020.11.10 18: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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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시대를 진단한다-②한미동맹

편집자주

국내외 주요 흐름과 이슈들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deep) 지식과 폭넓은(wide) 시각으로 분석하는 심층 리포트입니다. 미국 대선 결과 정권 교체가 확정됨에 따라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번 주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시의 분야별 전망을 싣습니다.

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바이든 당선 축하 발언을 한 문재인(왼쪽) 대통령과 9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대선 승리 선언 후 첫 기자회견을 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청와대사진기자단·윌밍턴=AFP연합뉴스

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바이든 당선 축하 발언을 한 문재인(왼쪽) 대통령과 9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대선 승리 선언 후 첫 기자회견을 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청와대사진기자단·윌밍턴=AFP연합뉴스

트럼프 집권 4년 만에 미국의 지도력이 땅에 떨어졌다고 보는 바이든은 대외 정책에서도 그만큼 차별화를 보일 것이다. 트럼프의 흔적을 모두 지워나가는 'ABT(Anything But Trump)'가 될 수 있다. 한반도 정책도 마찬가지다.

바이든에게 동맹이란

몇 가지 단초가 나와 있다. 금년 1월 바이든은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에 “왜 미국이 다시 이끌어야 하는가”라는 제목으로 기고, 대외정책 구상을 포괄적으로 밝혔다.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취임 후 가장 먼저 ‘민주주의 연대 정상회의’를 개최하겠다고 했다. 비공식 안보회의체인 '쿼드 플러스(QUAD Plus)’와 비슷하게 들리지만, 강조점이 다르다. 트럼프가 군사 전략을 강조한 반면, 바이든의 방점은 민주주의에 있다.

중국에 대해서는 ‘힘을 통한 관여’를 제시했다. 기후변화, 핵확산 방지 등 협력할 것은 협력하지만, 인권 유린이나 국제규범 위반, 주변국 핍박에는 강력히 대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뜻을 같이하는 동맹국 유대는 중국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했다.

바이든의 아시아 정책은 중국과 접촉을 본격화하기에 앞서, 동맹국 관계를 재정비하는 데서 시작할 것이다. 한미관계도 동맹 현안 협의로부터 대화를 열어 나가려 할 것이다. 바이든은 2013년 동맹 60주년 계기에 방한했을 때 “미국은 한국에 베팅을 계속할 것”이라 말해 주목을 받았다. 당시는 중국이 서해 상공 일부를 포함한 새로운 방공식별구역을 발표한 직후라, 이 말의 무게는 특별했다.

바이든 외교는 트럼프에 비해 변동성이 적을 것이다. 트럼프는 '거래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거래란 본능에 관한 것”이라 했다. 제도보다 개인기를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은 8년의 부통령 재임을 포함한 오랜 공적인 활동을 통해 외교를 접한 경험이 풍부하고 타협의 의미와 효용성을 안다. 예측가능한 방식으로 미국에 대한 신뢰와 국제적인 지도력을 회복하는데 주력할 것이다. 또한 정권교체에 성공했지만, 분열된 나라를 통합하고 경제를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다. 당장 과감한 외교 이니셔티브를 잡기 힘든 상황이기도 하다.

한미 간 동맹 현안 논의

한미동맹의 핵심현안은 전작권 전환, 방위비 분담, 주한미군 규모 조정이다. 뿌리는 1992년 동아시아전략구상(EASI)으로 거슬러 가지만, 노무현 정부 때 오늘의 모습으로 틀을 잡았다. 5년간의 전략대화를 통해, 용산과 동두천의 미군기지를 평택으로 통합하고, 연합사령부를 해체하여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했다. 주한미군 1만2,500명을 철수하고, 2006년 외무장관 전략대화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도 합의했다. 미국은 기지이전, 방위비 분담 증가와 신축적인 사용,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고, 한국은 전작권 전환 및 전략적 자율성을 택했다.

그래픽=강준구기자

그래픽=강준구기자


그래픽=강준구기자

그래픽=강준구기자

전작권 전환은 그후 이행과정에서 내용이 크게 바뀌었다. 2014년 제46차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양측은 “미군 주도의 연합사령부에서 한국군 주도의 새로운 연합방위사령부로 대한민국이 제안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두 가지 결정이 이 합의에 들어있다. 첫째, 시한을 정하던 전환 일정을 ‘조건이 충족될 때’로 바꾸었다. 시한을 없애고, ‘조건’을 설정한 것이다. 둘째, 연합사령부 해체 결정을 변경하여 연합지휘체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미군이 맡아온 연합사령관은 한국 장성이 맡기로 했다.

북한 위협 증대에 따른 국내·외 여론과, 중국의 부상에 대한 미국의 견제 심리가 영향을 미친 결과였다. 그러나 문제는 이 결정이 양국 모두에 편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전작권을 전환하는 목적과 방향이 불분명해졌다. 미국도 거대한 단일 기지에 대규모 병력이 붙박이로 묶이는 데 대한 회의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2018년도 국방전략보고서에서 ‘전략적 유연성’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 7월 미 육군대학(AWC) 전략연구소도 한반도에 초점을 맞춘 현재의 군사력 배치를 ‘기동성 있는 편재’로 분산할 것을 촉구했다. 테러와의 전쟁과 지금 미·중 경쟁은 성격이 다르지만, 군사력을 분산배치한다는 대응 전략의 골격은 비슷하다. 이러한 고려는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에서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지금 미국의 상대적인 국력은 2000년대 초반보다 못하다. 가용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할 필요는 그만큼 더 절박하다.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을 구체화해 나가면, 주한미군의 역할과 기능도 기동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전작권 논의의 방향이 또 바뀔 수 있다. 미국은 다시 전략적 유연성을 원할 수 있고, 우리는 독자적인 작전능력 확보에 속도를 높여야 할 수 있다. 연합사 해체가 현안으로 돌아올 수 있다.

서욱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미 국방부에서 열린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기념촬영하는 모습. 이날 회의에서 에스퍼 장관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한국 전환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했고 서욱 장관은 전작권 전환 조건을 조기에 갖출 것이라고 시각차를 보였다. 연합뉴스

서욱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미 국방부에서 열린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기념촬영하는 모습. 이날 회의에서 에스퍼 장관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한국 전환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했고 서욱 장관은 전작권 전환 조건을 조기에 갖출 것이라고 시각차를 보였다. 연합뉴스


주한미군 부분 감축, 방위비 분담

주한미군의 규모는 미국의 세계 및 지역 전략이 바뀌는 데 따라 조정되어 왔다. 미국이 기동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인도태평양 지역 군사력을 개편하면, 대북억지력 중심으로 되어 있는 주한미군의 편제와 규모도 언제든 조정될 수 있다. 단, 이 경우에도 미국은 안보공약 이행을 위한 ‘역량’을 유지해야 한다. 미·중 대립과 한반도 전략 상황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상당한 규모의 미군은 계속 주둔할 것이다.

그래픽=강준구기자

그래픽=강준구기자

방위비 분담 협상은 한국 측이 이미 13% 증액안을 제의해둔 상태라고 한다. 바이든은, 지난달 국내 언론 기고에서 “한국은 주한미군 철수로 위협하여 갈취할 상대가 아니라 평화를 위해 같이 갈 동맹국”이라 했다. 2019년에 한국은 1조원 남짓한 금액을 부담했다. 방위비 분담은 원래 미국이 운영경비를 전액 부담하기로 되어 있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제5조에 예외를 설정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위해서 하는 ‘예외적 지원’으로는 지금의 분담 수준이 한계라고 본다. 한국이 이미 제의한 13% 증액안을 철회할 수는 없고 미국도 행정부가 바뀌었다고 협상을 처음부터 다시 하자고는 않을 것이다. 방위비 협상은 현재의 한국측 안을 기초로 타협이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그 이상의 부담은 포괄적 안보협력 검토의 결과로서, SOFA 개정 등 제도적 기반을 갖추어 추진하는 것이 맞다.

'미래동맹정책구상(FOTA) 2.0' 필요

20년 전, 알-카에다의 공격으로 뉴욕 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는 것을 본 부시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리고 세계전략 차원에서 군사력 운용을 전면 재검토했다. 언제, 어디서든 테러공격을 막아내고 적을 격파할 수 있도록 병력·장비의 기동성을 강화하는 데 최우선순위를 두었다. 주한미군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국에서 대선이 막바지로 가던 2002년 12월 제34차 SCM에서 양측은 '미래동맹정책구상(FOTA)' 대화를 갖기로 했다. 그로부터 2년간, 그리고 그 다음 3년간은 안보정책구상(SPI)이라고 부른 협의를 통해, 주한미군 규모 조정, 기지 이전과 재배치, 전략적 유연성, 방위비 분담, 전작전 환수 등을 논의했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동맹 현안의 기본 모양이 여기서 갖추어졌다.

경제, 군사, 외교, 정치체제 등 모든 방향에서 미·중 경쟁이 심화되고, 사상 최악의 정치분열을 거쳐 미국의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만큼, 한미동맹에도 다시금 포괄적인 동맹 현안 논의 필요성이 제기될 것으로 본다. 바이든 행정부가 구성되고 정책 재검토가 이루어지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인 만큼, 동맹 협의는 한국의 다음 정부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

◆ 글싣는 순서
① 북미관계
② 한미동맹
③ 미중갈등
④ 보호무역
⑤ 미국 내 사회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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