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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팩 처리 힘들어요" 문 대통령에 편지 보낸 남양주시장

입력
2020.11.09 17:40
수정
2020.11.09 17:56
0 0

지자체들 코로나19 이후 아이스팩 줄이느라 골머리
조광한 시장 "지자체 힘으로 한계...여론 관심 높이려"

조광한 경기 남양주시장이 아이스팩을 가져온 주민에게 종량제봉투를 나눠주고 있다. 남양주시 제공

조광한 경기 남양주시장이 아이스팩을 가져온 주민에게 종량제봉투를 나눠주고 있다. 남양주시 제공

"절박한 심정으로 대통령께 국가 차원의 정책 수립과 해결 방안 모색을 위해 건의하고자 합니다."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6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편지 한 통을 보냈습니다. "국가 차원의 아이스팩 재활용 대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핵심이죠. 조 시장은 3일에도 같은 내용의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청원 게시글에서 조 시장은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아이스팩 일일 사용량이 3억2,000개로 추정되는데, 아이스팩은 매립 시 자연 분해에 500년이 걸리고, 불에 타지 않아 소각도 불가능하다"며 "주성분인 고흡수성 수지는 미세플라스틱 일종으로, 하수 배출 시 심각한 수질오염을 일으켜 향후 환경위기로 되돌아 올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제품 크기와 중량에 따라 표준 규격화를 법령으로 의무화하고, △아이스팩 공용화를 위한 포장재에 업체명 기재, △포장재 내구성 강화 및 친환경 소재 사용 의무화, △아이스팩 재사용 총량제 법제화 등 4가지 대책을 마련해 환경 위험을 최대한 줄일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역설했죠.

이번 서한문에서도 조 시장은 "남양주시장이 되기 전 가사 일을 분담하면서 일상에서 배출되는 생활 쓰레기 중 냉장고에 쌓여가는 아이스팩 처리의 막막함을 경험했다"며 "대다수 시민도 똑같은 어려움을 겪는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어 대통령 서한문까지 보낸 이유를 두고 "코로나19가 겹치면서 아이스팩의 사용량은 계속해서 느는데 국가적 여론은 활성화되지 않은 것 같았다"며 "국가적으로 (해결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돼 편지까지 보내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쓰레기 20% 줄이기' 운동에 걸림돌, 아이스팩

경기 남양주시가 수거한 아이스팩을 담은 꾸러미. 남양주시 제공

경기 남양주시가 수거한 아이스팩을 담은 꾸러미. 남양주시 제공


그런데 갑자기 웬 아이스팩일까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올해부터 수도권 매립지 쓰레기 반입 총량제가 시행됐습니다. 올해부터 수도권 서울·경기·인천 3개 시도 기초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 2018년 전체 폐기물 반입량의 85%가 반입 총량으로 할당됐습니다. 예를 들어 2018년에 폐기물 반입량 제한이 100톤이었다면 올해에는 90톤만 반입 가능하다는 얘기죠.

이를 초과할 경우 두배의 처리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5일 동안 수도권매립지에 쓰레기를 보낼 수 없게 됩니다. 자칫하면 해당 기초 지자체의 아파트 곳곳에서 종량제 봉투가 산처럼 쌓이는 '쓰레기 대란'이 일어날 수 있는 셈입니다. 이마저도 내년부터는 85%까지 줄여야 합니다.

때문에 수도권 모든 지자체들은 쓰레기 양 줄이기 전쟁 중입니다. 남양주시는 쓰레기 20% 감량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2018년 폐기물 총량의 80%까지로 줄여보자는 것이죠.

그런 '쓰레기 줄이기' 프로젝트에 가장 큰 걸림돌은 다름 아닌 아이스팩. 국내 아이스팩 사용량은 2016년 1억1,000만개에서 지난해 2억1,000만개로 증가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터넷 주문이 크게 증가한 점을 고려할 때 3억2,000만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4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어나는 셈이죠.

사용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아이스팩은 버리기도 까다롭습니다. 아이스팩은 고흡수성 수지로, 배관을 막을 위험이 있어 하수구에 내용물을 버리지 말고 통째로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합니다. 분리 수거도 안 됩니다.

아이스팩 주면 종량제 봉투 받고…병원·소상공인에 무료 제공도

경기 남양주시가 수거한 아이스팩 모음. 남양주시 제공

경기 남양주시가 수거한 아이스팩 모음. 남양주시 제공

이에 남양주시는 9월부터 아이스팩 보상수거 개념을 도입한 '아이스팩 나이스팩'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아이스팩 5개를 가져오는 시민에게는 이를 10리터(ℓ) 짜리 종량제 봉투로 교환해주는 거죠. 또 재사용이 불가능한 아이스팩의 경우 건조 작업을 거쳐 무게를 95%까지 줄여서 배출하도록 했습니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시 자원순환과에서 건조 공정을 거칠 설비 등을 설치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같은 노력 끝에 사업 시행 두 달 동안 수거된 아이스팩만 10만5,434㎏(약 105톤)에 달합니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시의 '쓰레기 20% 줄이기' 사업을 위해서는 쓰레기 양을 총 5,000톤 줄여야 하는데 아이스팩만 줄여도 총 2,000톤을 줄일 수 있다"며 "내년부터는 아이스팩을 모아 오면 지역화폐로 교환해 지역 경제와 가계 경제에도 도움을 드리고자 한다"고 전했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다르지만 다른 지자체들도 '아이스팩 줄이기'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서울 강동구는 지난해 3월 전국 최초로 ‘아이스팩 재활용 수거를 위한 민·관·기업 3자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아이스팩 재사용 사업을 본격화했습니다. 구청과 동주민센터 등 18곳에 전용 수거함을 설치하고, 관내 기업인 현대홈쇼핑이 수거한 아이스팩을 선별·세척·포장 등을 거쳐 병원·마장축산물시장 등에 무료 제공했죠. 서울 동작구도 신선식품 배달 시 나오는 아이스팩을 수거해 소상공인에게 제공하는 사업을 내년부터 시작합니다.

과연 조 시장의 바람처럼 아이스팩 재사용 총량제가 전국적으로 퍼질 수 있을까요? 우선은 청와대의 반응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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