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통화가치가 30% 넘게 급락하는 등 수렁에 빠졌던 터키 경제에 실낱 같은 훈풍이 불고 있다. 경제 수장 2명이 동시에 교체된다는 소식이 반전의 계기가 됐다. 정책의 급격한 전환이 혼란보다 기대감을 불러 일으킨 것이다. 그만큼 터키 경제가 심각한 위기 상황이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리라화 가치 30% 하락 후 4% 반등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터키 리라화 가치는 연초대비 30% 이상 하락해 있다. 지난 금요일인 11월 6일 리라·달러 환율이 달러당 8.5777리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화폐가치 역대 최저)했다. 하지만 9일 시장에서는 4% 이상 반등했다. 터키가 금융위기에서 회복하던 2018년 이래 2년만에 가장 큰 폭의 반등이다.
이날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발표로 인해 금융시장에서 위험선호 성향이 강해졌는데, 리라화 가치는 주요 신흥국 통화 가운데서도 가장 크게 상승하고 있다.
경제 수장들의 잇단 낙마가 호재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7일 무라트 위살 터키 중앙은행 총재를 해임하고 나지 아발 전 재무장관을 그 자리에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중앙은행 총재의 임기는 4년이지만 위살은 불과 16개월 머물렀을 뿐이다. 뒤이어 8일에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위이기도 한 베라트 알바이라크 재무장관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
두 사람이 물러나는 배경에는 리라화 급락(환율 상승)이 있다. 국제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 추산에 따르면, 터키 당국은 지난 1년 반 동안 약 1,340억달러를 쏟아부으며 리라화 가치 방어에 나섰지만 환율 상승을 막지 못했다.
해외 전문가들은 리라화 급락의 근본 원인은 지나치게 낮은 금리라고 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금리와 화폐 가치를 내리눌러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터키 산업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터키의 물가상승률은 10월 기준 연 11.89%에 이르며 목표 상승률 5%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전 세계가 금리를 최저로 내리고도 저물가 상황이 지속되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코로나에 관광수입 돈줄도 막혀
사실 평소와 같은 상황이라면 리라화 가치 하락이 관광 대국 터키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수도 있다. 2018년 미국과 터키의 갈등으로 리라화 가치가 급락했을 때도 주로 유럽 지역의 여행객들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 때문에 외화를 들고 올 외국인들이 없다. 터키 정부는 7~8월엔 코로나19 확산이 안정되고 관광 수요가 회복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결국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 9월 기준금리를 2년 만에 약 2%포인트 올렸다. 하지만 10월에는 추가 인상 없이 동결에 그쳤고, 이에 해외 투자자들이 실망하면서 리라화 가치가 재차 하락했다.
해외 전문가들은 나지 아발 신임 총재가 에르도안 정부의 다른 관료보다는 매파 성향이라며 기대를 걸고 있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불확실하다. 로빈 브룩스 국제금융협회(IIF) 수석경제학자는 8일 “총재 교체를 정책 변경 신호로 보는 수요가 리라화를 끌어올리고 있다”며 “이 기대가 맞든 틀리든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신호”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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