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난 적 없는 환자 전화처방한 의사, 유죄취지 파기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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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환자를 직접 만나지 않고 전화로만 진찰한 뒤 처방전을 발급해 준 의사가 파기환송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3부(부장 황순교)는 9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 이모(45)씨의 파기환송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의사 이씨는 2011년 2월 지인의 요청으로 환자 A씨를 직접 만나지 않은 채 전화 통화로만 비만 치료제인 플루틴캡슐 등 전문의약품을 처방해줬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의료법은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처방전을 교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심에서는 대면 진료 여부가 쟁점이었다. 이씨는 “A씨가 이전에도 병원을 찾아왔지만 나이가 어려 처방을 보류했다가 지인이 약 처방을 요청해 처방전을 발급해줬다”며 처방전 발급이 대면 진료를 통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대면 진료를 했다는 이씨의 주장을 믿기 어렵고, A씨의 병원비 결제 내역이 없는 점 등을 근거로 이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1심 판단을 뒤집고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의사가 환자와 대면하지 않았다고 해도 전화로 충분한 진찰이 있었다면 ‘직접 진찰’을 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상고심은 2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처방이 전화통화만으로 이뤄진 경우 그 전에 의사가 환자를 대면하고 진찰해 환자 상태를 알고 있다는 점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전화 처방 전 A씨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전화 통화 때도 A씨의 특성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았다면 ‘진찰’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도 대체로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했다. 재판부는 "대법원의 판결은 진찰의 의미를 더 명확하게 한 것으로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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