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민 이경희(85)씨, 모교에 1만 달러 기부
대학진학 용기 준 담임교사 이름 딴 장학금 전달

모교인 충북 진천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에 장학금 1만달러를 기부한 미국 교포 이경희씨.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교 제공
80대 미국 교포가 64년 전 대학 입학금을 마련해 준 고교 은사에 보답하려 모교에 장학금을 기탁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이경희(85ㆍ사진)씨. 이씨는 지난달 14일 충북 진천의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등학교에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1만 달러를 송금했다. 그는 이 학교 7회 졸업생(당시 진천농업고)이다.
그가 이메일로 학교 관계자에게 전한 장학금 송금 사연은 이렇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친척집에서 자란 이씨는 고교 3학년 때 우수한 성적으로 청주대 영문과에 합격했지만 형편이 어려워 진학을 포기하려 했다.
이 때 안효영 담임교사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꿈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격려하며 대학 원서를 써주셨다.
안 교사로부터 제자의 딱한 소식을 알게 된 당시 김상동 교장과 교직원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대학 입학금을 마련해주었다.
용기를 얻은 이씨는 학업에 매진해 4년간 성적 장학생으로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다.
그는 은사들의 고마움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 한다. 젊은 시절 미국으로 이민해 바쁘게 사는 중에도 선생님들을 잊지 않았고, 64년이 흘러 그 고마움을 모교 장학금 기부로 보답했다.
이씨는 이 장학금을 ‘안효영 장학금’으로 불러달라고 학교측에 요청했다.
장학금을 전달하기 전 이런 뜻을 당사자인 안효영 선생님에게도 전화로 설명드렸다. 현재 92세인 선생님은 청주농고 교장을 끝으로 정년 퇴직한 뒤 고향 청주에서 노년을 즐기고 계신다.
고령에도 매일 아침 테니스를 칠 정도로 정정한 안씨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제자의 전화를 받고 가슴이 뿌듯했다. 평생 교직에 몸담은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조실부모해 가정형편이 무척 어려웠지만 성실하고 소신이 있어 3년 내내 반장을 했던 친구”라고 제자 이씨를 추억했다.
류영목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 교장은 “이경희 동문의 당부대로 어려운 형편에도 열심히 생활하는 학생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데 장학금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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