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 한반도 외교]
?<중> 돌아온 동맹주의, 빛과 그늘
‘동맹주의자’ 조 바이든 당선인이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 백악관 입성을 확정 지으면서 한미동맹 쟁점 현안의 운명도 미묘하게 갈리고 있다. 동맹을 비용으로만 계산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퇴장으로 1년 간 공전을 거듭하던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SMA)은 적정선에서 출구를 찾을 전망이다. ‘방위비를 올리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는 트럼프식 겁박도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그러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운용을 놓고 트럼프 행정부보다 더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방위비 합리적 타결될 듯....주한미군 감축 마냥 안심할 수 없어
바이든의 당선으로 방위비 분담금을 놓고 트럼프 행정부의 막무가내식 인상 요구에 끌려 다녀야 했던 우리 정부는 일단 한시름 놓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애초 현행 분담금(1조389억원)의 5배 증액을 요구했었다. 이후 지난 3월 협상 과정에서 13% 인상안에 잠정 합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막판 비토로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50% 인상안을 재차 제시한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미군 감축 카드와 한국인 직원 강제 무급휴직으로 인상을 재차 압박했다. 지난달 워싱턴에서 열린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 성명에는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 조항이 12년 만에 빠지기까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를 ‘동맹 갈취’라고 비판했던 바이든 당선인은 분담금 인상 압박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인상폭은 한미가 잠정 합의했던 13% 증액안을 존중하는 합리적 수준에서 타결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정부 내내 한국 압박 카드로 거론됐던 '주한미군 감축’ 이슈도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가게 됐다. 바이든 당선인은 국내 언론 기고에서 "나는 우리의 군대를 철수하겠다는 무모한 협박으로 한국을 갈취하기보다는, 동아시아와 그 이상의 지역에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의 동맹을 강화하면서 한국과 함께 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주한미군 감축 문제에 대해 마냥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바이든 당선인의 언급은 ‘주한미군 감축을 방위비 인상 수단으로 쓰지 않겠다’는 의미지, 주한미군을 전혀 감축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은 것은 아니다. 미국은 중국의 급부상 등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해외주둔 미군 병력의 재배치를 추진하면서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해왔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 미군 병력을 유연하게 배치하겠다는 뜻으로 주한미군에도 적용될 수 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은 당분간 유지되는 것이지, 무한정 유지되는 건 아니다”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재배치 검토에 3년이 걸렸듯, 민주당도 이 문제를 검토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선 단지 시간을 벌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정부 때 배치된 사드, 운용 환경 개선 요구도
전작권 전환의 경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문재인 정부 임기 내는 물론 현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조속한 시일 내’ 전환도 힘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전작권 전환을 위한 한국군의 준비가 덜 됐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보이는데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주한미군사령부의 의견을 더 존중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올해 실시했어야 할 전작권 전환을 위한 2단계 검증 훈련(총 3단계)인 완전운용능력(FOC) 검증도 하지 못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은 오바마 정부 때 이뤄진 합의로 당시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은 정치적인 접근으로 조속히 전환하려는 우리 정부에 거부감을 가질 것”이라며 “오히려 당시 합의에 기초해 더 상세한 검증을 요구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드 운용도 마찬가지다. 비용 문제로 사드 정식 배치와 운용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당선인은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한 오바마 행정부의 계보를 잇고 있다. 주한미군을 보호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우리 정부에 성능 개량 압박 등 사드를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더 강력하게 요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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