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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만이 지지한 '트럼프식 정치'

입력
2020.11.10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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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7일 워싱턴 백악관 앞에 '당신은 해고됐다'는 손글씨 판이 걸려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7일 워싱턴 백악관 앞에 '당신은 해고됐다'는 손글씨 판이 걸려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대통령이 말하는 방식이나 트위터 하는 것을 싫어할 수 있다. (그러나 대선은) 인간성 경연장이 아니다. 당신이 ‘아메리칸 드림’을 좇는다면 트럼프에게 4년을 더 주자.”

골프계의 전설 잭 니클라우스는 미국 대선 직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표를 던졌다며 이런 요지의 트윗을 남겼다. 자신을 ‘중서부 오하이오주(州) 중산층’ 출신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전형적인 미국 백인이라는 의미였다. ‘우리들끼리만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길이 트럼프 재선인데 그깟 인간성이 문제라고 안 뽑아줄 것인가’라는 뻔뻔함으로 읽혔다.

지난달 펜실베이니아주의 작은 도시 리티츠의 트럼프 유세 현장을 찾았을 때 느낌도 비슷했다. 대통령 얼굴 보겠다며 몰려나온 유권자들은 마치 연예인 대하듯 트럼프에게 열광했다. 그가 상대 후보를 모욕적으로 표현해도 박장대소, 허황된 주장을 펼쳐도 환호했다. 애초부터 트럼프 발언의 진위와 품위 따위는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11ㆍ3 미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는 9일 현재 7,118만명.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7,555만명)에게는 뒤졌지만 웬만한 나라 인구보다 많은 미국인이 그를 지지한 셈이다. 자신의 투표권을 정당하게 행사한 유권자 판단이 잘못됐다고 따질 일은 아니다. 바이든이, 민주당의 리버럴이 미워 트럼프를 찍어준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4년 트럼프의 증오와 차별 조장을 목격하고도 그를 밀어준 사람이 그리 많다니 좌절은 좌절이었다.

정파는 달라도 타협할 줄 아는 미 의회정치의 미덕이 사라진 계기는 극단과 교조주의를 앞세우는 티파티 정치 등장이었다. 그 자양분 속에서 태어난 아웃사이더가 바로 트럼프였다. 정치ㆍ경제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포퓰리즘이 계속 먹힐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볼 때 제2ㆍ제3의 트럼프는 다시 미국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하물며 한국이라고 다를까. 2022년 대선에 ‘트럼프 따라 하기’ 주자들이 나타날 때 한국 유권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인간은 안 되더라도 괴물은 되지 말자’는 말을 앞장 서 무시해온 트럼프 같은 사람이라도 내 욕망만 채워주면 우리의 리더가 되는 게 괜찮은 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골프를 친 뒤 차를 타고 출발하면서 지지자들에게 엄지손가락 두 개를 치켜세우고 있다. 스털링=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골프를 친 뒤 차를 타고 출발하면서 지지자들에게 엄지손가락 두 개를 치켜세우고 있다. 스털링=AP 뉴시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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