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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승리로 깊어지는 중국의 고민

입력
2020.11.10 06: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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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조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3년 12월 조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은 트럼프 정부와 경제·무역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4년여 동안 미국과 이어진 통상 관련 대립과 갈등은 중국의 현대화 발전에 일정한 노선 변경을 강제했다. 미국과의 갈등 심화는 중국이 발전 방향을 내수 중심으로 돌리게 했다. 중국은 최근 중국공산당 19기 5중전회를 개최했다. 중국은 2021년부터 시작하는 제14차 5개년 계획과 2035년 장기 발전 비전과 목표의 핵심으로 ‘쌍순환’을 제시했다. 국제 경제 순환과 국내 경제 순환을 동시에 돌리겠다는 새로운 방향성의 제시다. 미국과의 경쟁 심화는 사실상 중국의 발전 방향을 내수 중심의 국내 경제 활성화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조정한 것이다.

그동안 트럼프 정부가 추진했던 일국주의, 보호무역주의, 다자협력 체제의 불신 등은 세계 경제와 미국의 전통적인 협력 관계를 흔들었다. 특히 유럽과 미국은 기후변화, 자유무역, 국제주의 등과 관련하여 여러 갈등을 노출해 왔다. 중국은 그 틈을 노리고 미국과 유럽의 긴장관계에서 유럽과 관계 강화를 시도했다. 유럽과 협력 강화를 통해서 미국을 견제하겠다는 외교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중국과 유럽은 국제협력, 자유무역, 다자주의 등 영역에서 협력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 중국은 이를 대유럽 관계 강화로 연결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 당선으로 미국과 유럽의 협력 관계가 다시 복원된다면 중국으로서는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다. 미국과 유럽의 이익 관계가 복원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특히 ‘가치’와 ‘규범’의 협력 관계가 복원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바이든 시대가 시작되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중요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미국의 세계 지도력 회복에 다시 나설 것이다. 트럼프 집권 이후 진행한 파리 기후 협정과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이란 핵협상 무효화 등 조치를 다시 원상 회복시킬 것이다. 둘째, 미국의 일방주의와 자국 우선주의로 약화된 미국의 동맹 영향력 회복에 나설 것이다. 예컨대 독일, 일본, 한국 등에 대한 과도한 미군 주둔비 부담을 재고하는 것으로 동맹 결속에 나설 것이다. 셋째, 미국 국내 통합에 나설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보여주었던 보수적인 자세를 일부 완화하여 무역전쟁과 이민정책, 국경 장벽 설치 완화 내지 철회 등에 나설 것이다. 마지막으로 오바마 시대 정책이 다시 부활하여 아·태 재균형 전략,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인태전략 등이 새롭게 설계될 것이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다면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가치와 규범의 부활이다. 트럼프 정부는 자국 이익을 이유로 동맹 약화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바이든 집권 이후 미국의 동맹 관계가 회복되면 중국으로서는 새로운 도전 요인이 될 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통상을 중심으로 중국과 ‘이익 경쟁’을 벌였지만 바이든 시대에는 이익 중시 못지않게 동맹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가치와 규범을 중시할 것이다. 중국은 미중 양자 경쟁이 미국 중심의 동맹과 중국의 경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한다. 중국과 다자라는 새로운 전략 환경에 노출되면 세계는 이익보다는 가치와 규범을 중시하는 미국 주도 질서로 재편될 것이다. 중국은 가치와 규범 동맹으로 둘러싸이는 것을 심히 우려한다. 중국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이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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