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사항 감찰 자문 받아야 한다'서 '받을 수 있다'로
"자문 없는 감찰 개시는 위법" 내부 지적 의식한 듯
사실상 외부 검증 없는 '일사천리 징계'도 가능해져
법무부가 주요 감찰 사건에 대해선 외부인사가 포함된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자문을 받도록 의무화했던 관련 조항을 ‘선택 사항’으로 개정했다. 감찰위원회의 자문을 생략한 채 사실상 ‘윤석열 검찰총장 감찰’을 공식화한 데 대해 검찰 내부에서 “절차상 부적법하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의무 규정을 아예 없애버린 셈이다. 그러나 법무부는 “2018년부터 검찰이 건의해 온 내용을 개정한 것일 뿐”이라면서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혹을 일축하고 있다.
9일 법무부에 따르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3일 법무부 훈령 ‘법무부 감찰규정’ 제4조를 ‘중요사항 감찰에 대하여는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자문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으로 개정했다. 원래 이 조항은 ‘중요사항 감찰에 대하여는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자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의무 규정을 선택 조항으로 바꾼 것이다.
감찰위원회 자문은 “감찰 개시 단계에서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게 감찰부 근무 경력이 있는 검사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법무부감찰위원회 규정’이 ‘중요 감찰ㆍ감사 사건의 조사방법’까지 자문의 대상으로 하고 있는 데다, ‘대검찰청 감찰본부 설치 및 운영 규정’도 ‘감찰위원회에 감찰상황을 보고한다’고 정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감찰 결과뿐만 아니라, 그 과정도 검증하도록 한 게 감찰위원회의 설립 취지라는 얘기다. 이를 근거로 검찰 내에선 추 장관이 자문위원회 소집 없이 최근 윤 총장을 겨냥한 감찰을 공식화한 것을 두고 “감찰 관련 규정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가 갑자기 훈령을 개정한 사실이 드러났는데, 결국에는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의 적법성 논란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이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총장 감찰이 ‘진상조사’ 단계에서 ‘감찰 착수’ 단계로 나아갈 때 발생할 수 있는 장애물을 미리 제거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위원 7~13명으로 구성되며 학계 등 외부 인사가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감찰위원회 자문 의무 조항이 사라지면서, 추 장관은 마음만 먹으면 사실상 아무런 외부 검증도 받지 않고 윤 총장을 일사천리로 징계할 수도 있게 됐다. 검사징계법은 검사에 대한 징계청구권자를 검찰총장으로 정하면서,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는 장관이 청구하도록 하고 있다. 청구된 안건을 판단하는 징계위원회는 장관이 위원장이다.
다만 법무부 측은 이번 개정이 2년 전부터 검찰 측에서 건의돼 왔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대검에서 2018년부터 건의했던 내용”이라며 “감찰 대상자가 대검 감찰위원회와 법무부 감찰위원회를 수차례 거쳐야 하는 부담 등을 고려해 필수로 하지 말고, 생략할 수 있게 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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