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대를 전망한다- ①북미관계
편집자주
국내외 주요 흐름과 이슈들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deep) 지식과 폭넓은(wide) 시각으로 분석하는 심층 리포트입니다. 미국 대선 결과 정권 교체가 확정됨에 따라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번 주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시의 분야별 전망을 싣습니다.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제46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의 책상 앞에 놓일 것으로 보이는 수많은 과제 중 하나는 북미관계일 것이다. 북한은 미국 대선 기간 중 전략도발을 자제해 왔다. 이미 세 차례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한 행보로 보였다. 하지만 미국 국민의 선택은 바이든 후보였다.
까다롭고 부정적인 대북관
미국 대선과정에서 북한 문제는 중요한 쟁점은 아니었다.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경제와 인종차별 그리고 코로나19와 같은 국내 문제에 관심을 두었다. 국제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국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 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의 대북관이 전혀 드러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대선 TV토론과 연설 등에서 북한에 대한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을 폭력배(thug)로 부르며 그와 정상회담을 개최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북한에 외교적 정당성(legitimacy)만 부여했다'고 비난했다. 인권을 중시해 온 바이든 당선인은 과거 김정은의 김정남 살해와 장성택 처형 등을 비난하기도 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같이 김정은 위원장을 좋은 친구로 부르는 것을 목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부통령 재직 당시 북한의 합의 위반과 전략 도발에 대한 반감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2년 미국과 북한은 핵실험·미사일 실험 유예와 경제적 보상을 교환하는 ‘2·29 합의'를 맺는다. 그해 11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 대비하기 위해 서둘러 타협한 것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합의 후 두 달도 되지 않은 4월 13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함으로써 오바마-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이후 바이든 부통령의 대북관은 더욱 강경하게 바뀐 것으로 전해진다. 정상 간의 합의로 문제를 풀어가려는 트럼프 대통령식의 '톱 다운(top-down)' 방식을 비난하고 실무진 간의 실질적 합의 후 정상회담을 갖겠다는 '보텀 업(bottom-up)' 방식을 주장한 배경이기도 하다.
보텀 업 협상의 걸림돌은 시간
보텀 업 방식의 협상은 북한을 신뢰할 수 없는 대화 파트너임을 전제로 한다. 상대방이 합의를 파기할 수 있기에 세부 사안까지 미리 확인하는 협상 방식이다. 북한과 미국의 실무 협상가들이 비핵화 조치와 보상 조치들을 꼼꼼히 따져보고, 구체적 합의와 이행이 이루어진 이후 정상 간 만남을 갖는 방식으로 협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성이 있는 실무진 간 논의와 검증이 뒷받침된다는 점에서 북한 비핵화에 실질적 진전을 가져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보텀 업 방식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 실무진은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치적 힘은 약하다. 그 결과 자신들이 책임지지 않는 조심스러운 협상을 하게 된다. 실무진의 합의사항을 고위급에서 반대할 경우 협상은 언제든지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자연스럽게 시간이 걸린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소요되는 시간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내년 1월 20일 출범을 한다고 해도, 주요 인사들에 대한 청문회는 최소 3~4개월이 걸린다. 이후 정책을 검토하고 북한에 협상을 제안하는 데 또 몇 달은 소요될 전망이다. 미측이 서두르고 북측이 바로 협상에 응한다 해도 내년 6~7월은 되어야 협상이 재개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협상이 잘 진행된다는 것을 가정해도, 실무진 수준에서 정상 수준으로 논의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또 몇 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해를 넘기고 한국의 차기 대선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전략적 도발 가능성
보텀업 방식은 오랜 시간을 요하므로 북한은 전략 도발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 북한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려 들 것이다. 그 결과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전후해서 또는 내년 3월 한미연합군사훈련 기간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실험이 전개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김정은으로서는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 경제가 지속적으로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서든 더 이상의 악화를 막아야 한다고 느낄 것이다. 그 결과 전략도발을 통해 미국 여론이 바이든 행정부에 북한 문제 해결을 요구하게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초기에도 목격했던 북한의 전통적 협상 방식이다. 그 결과 내년 초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조성될 우려가 존재한다.
만일 북한이 다탄두미사일을 선보이거나 건조 중으로 전해지는 잠수함을 완성해서 수중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게 될 경우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보다 공고히 할 수 있다. 주한미군은 물론이고 미국 본토가 북한의 핵위협을 받는 상황을 바이든 행정부가 방치하기는 어렵다. 결국 협상이 재개될 것이고, 북한은 가능하면 핵을 보유하려는 협상을 전개하려 들 것으로 보인다.
스몰딜로의 방향 전환 가능성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기간 동안 북한의 비핵화 행동 선행과 비핵지대화를 언급한 바 있다. 즉,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하고,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궁극적으로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아마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진전이 있을 경우에만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문제에 응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북한이 핵무기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우리 정부의 기대와 달리 북한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더욱 노골적으로 핵보유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지난 7월 10일 발표된 김여정 부부장의 대미담화 내용을 보면 “우리의 핵을 없애려 들 것이 아니라, 우리의 핵이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하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핵을 모두 내려놓는 비핵화 협상이 아니라, 핵을 부분적으로 감축하는 핵군축 협상을 하겠다는 의도다.
만일 북한이 핵을 보유하려 한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계속해서 북한을 압박하려 들 가능성이 높다. 2017년 강도 높은 대북제재가 만들어진 후, 2018년 이후의 북미 정상회담이나 북중 정상회담 등으로 인해 그 이행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 등에 대북제재 이행을 요구하며 북한을 압박하려 들 것이다. 하지만 최근 북중 간 밀월을 고려할 때 중국이 미국의 뜻대로 움직여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 경우 북한 비핵화 조치에는 실패하고 시간만 보내게 된다. 갓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다.
이때 등장할 수 있는 차선책이 바로 동결(freeze)거래다. 미국 민주당 측의 전문가들 중에는 북한 핵능력을 동결시키는 것도 의미있다고 보는 비확산론자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북한의 핵물질이나 핵기술이 중동 등과 같은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동결을 그 첫 단계로 인식하고 있다. 심지어 북한의 핵활동 동결에 대해 경제적 보상을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핵을 보유하려고 하는 북한에 이러한 동결 제안은 매혹적일 수 있다. 그 결과 동결거래의 가능성이 바이든 행정부 기간 중 점점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리해 보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 북한의 전략도발이 우려되고, 이후 북미간 실무협상을 거치며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되며, 한동안 강도 높은 압박이 예상된다. 협상에 별다른 성과가 없을 경우 동결로 방향이 틀어질 가능성이 우려되지만, 내년 한 해 북미 정상회담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 글싣는 순서
① 북미관계
② 한미동맹
③ 미중갈등
④ 보호무역
⑤ 미국 내 사회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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