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일성 "단합과 치유" "모범으로 세계 주도"
트럼프 불복 소송전·진흙탕 싸움 해결도 과제

미국 대선 개표 나흘째인 6일 워싱턴 백악관 주변 철제 울타리 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넌 해고야'라고 쓰인 현수막이 펼쳐져 있다. '넌 해고야'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리얼리티 TV쇼를 진행하면서 유행시킨 말이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제46대 대통령에 당선된 7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 백악관 앞. 지하철 맥퍼슨스퀘어역에 내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광장'으로 걸어가자 대선 승리 소식을 듣고 몰려나온 지지자들이 4차선 도로에 가득했다. 5월 인종차별 항의시위 후 장벽으로 차단된 백악관 북측 라파예트광장 쪽 거리에선 수천명의 인파가 모여 춤을 추고, 구호를 외치고, 술을 마시는 것으로 '트럼프 시대' 종말을 축하하고 있었다.
길 위에는 '바이든 지지' 배너부터 '트럼프, 당신은 해고됐다' '백인우월주의, 종교정치, 파시즘은 절대 합법적이 않다' 같은 피켓까지 다양한 주장이 펼쳐져 있었다. 남녀노소와 인종을 가리지 않고 지지자들은 서로 어울렸다. "너무 기쁜 날이다. 지난 4년 절망했는데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너무 좋다. 여성을, 인종을, 가난한 사람을 차별하던 대통령은 사라질 것이다. 바이든은 다를 것이다."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州)에서 왔다는 20대 백인 여성 카일라의 목소리는 한껏 고무돼 있었다. 워싱턴은 물론 뉴욕, 필라델피아, 시카고 등 미 전역에서 오후 내내 비슷한 축제 상황이 벌어졌다.
개표 나흘만에 '바이든 승리'로 결론 난 2020년 미국 대선 결과로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미국 사회는 트럼프 대통령 재임 4년 동안 심화된 갈등과 분열이 대선 후 치유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식 '미국 우선주의' 외교에 시달렸던 각 나라도 내년 1월 취임식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펼쳐갈 외교정책 기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이날 오전 펜실베이니아주(선거인단 20명)에서 격차가 3만4,000표 이상 벌어지자 일제히 '바이든 승리'를 선언했다. 그가 네바다(6명)를 포함해 당선 기준 선거인단(270명)을 넘어서 279명을 확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곧바로 "선거는 끝났다"면서 "분노와 거친 말들을 뒤로 하고 미국이 하나가 되고 단합하고 치유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저녁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한 승리 연설에서도 "우리가 진전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적으로 취급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며 '치유의 시간'을 제안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대선 승리 연설을 하면서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들어보이고 있다. 윌밍턴=AP 연합뉴스
미국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그의 반(反)이민정책, 인종ㆍ여성차별 언사, 부자 우대 정책을 놓고 갈등의 골이 한없이 깊어졌고 양극화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과학을 경시하고 전문가들을 배척하더니 결국 세계 최다 발병·사망국이라는 오명을 떠안았다.
바이든 당선인의 일성은 트럼프 4년의 과오를 차근차근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그는 당장 9일 과학자와 전문가 그룹 중심의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가동을 통해 '비정상의 정상화'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7,000만 유권자를 어떻게 끌어안을지는 쉽게 답이 떠오르지는 않는 상황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외교정책 역시 개선을 다짐했다. 그는 승리 연설에서 "미국이 다시 세계로부터 존경받게 하겠다"면서 "힘이 아니라 모범을 보여 세계를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리기후협약 재가입부터 시작해 동맹 국가를 챙기는 것으로 국제사회의 신뢰와 리더십 회복에 나설 전망이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 역시 중국 견제 기조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북한 문제에 있어서도 도발을 용납하지 않고 정상회담 등 고위급회담 전에 북한의 비핵화 의지부터 확인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당장 북미·미중관계에서 전기가 마련되기는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 게다가 바이든 당선인 입장에선 미국 국내 정책 바로잡기가 먼저여서 외교안보 이슈는 후순위로 밀릴 공산도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불복 기조를 어떻게 설득하고 돌파하느냐도 바이든 당선인의 핵심 과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선거는 끝나지 않았다"며 사실상 불복을 선언한 뒤 9일부터 추가 소송도 예고했다. 다만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패배 인정을 설득하고 있다는 미 CNN방송 보도가 나오는 등 상황은 유동적이다. 개표 및 우편투표 관련 소송이 각 주 법원이나 연방대법원에서 차례로 기각될 경우 내년 1월 20일 바이든 당선인은 제46대 미국 대통령 취임선서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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